어민 반발·태풍 등 2년간 운영 중단
재운영 않을시 편성예산 반납 우려
연말까지 부지 미확보땐 좌초 위기

 

지난 2020년 첫 개장 후 해녀를 비롯한 어민들의 반발과 태풍 등을 사유로 2년간 운영되지 않은 울산 동구 슬도 수산물체험장 '슬도피아'가 결국 새 사업부지를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바다체험 관광으로 함께 추진된 '남진 물놀이장'이 미개장을 이유로 최근 사업비 전액을 반납한 만큼, 슬도피아도 올 연말까지 새 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2일 동구에 따르면 슬도피아는 동구가 체험형 바다자원 관광화 사업으로 지역주민과 어업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20년 1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방어진항 슬도 입구 방파제 내부 약 6,300㎡에 3개의 가두리양식 공간을 설치하고, 낚시 등 고기잡이와 다이빙, 해조류 관찰, 스노클링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을 조성했다.

운영 첫 해만 하더라도 순식간에 예약이 끝날 정도로 주민들의 호응이 좋았지만, 당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고작 17일 운영에 그쳤다.

동구는 재운영을 위해 지난해 4월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의회에서 슬도피아는 여름철 7~8월 한달밖에 운영이 불가능해 예산 대비 효과가 낮고,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동구는 지난해 12월 2022년 당초예산 편성 당시 슬도피아 인근에 해상쉼터를 조성해 9~12월 약 석달 간 휴식공간 및 공연·행사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의회도 이를 수용했다. 사업비는 시비 1억9,000만원, 구비 2억5,000만원으로 총 4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지난 6월 1일부로 민선 8기 구정이 시작되자 동구는 기존 진행했던 사업들에 대한 재검토하면서 지역 주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슬도피아 역시 사업 운영이 불투명해졌다. 의회와 지속적인 충돌은 물론 조성 전부터 인근 어촌계와 해녀 등 어업인들은 해양생태계 파괴, 생업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동구와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 실제 올해 슬도피아는 재개장은 없었다.

이 가운데 최근 동구는 슬도 인근 해상에서 바다체험 관광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 새 사업부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다만 아직까지 이전·변경할 사업부지를 모색하는 단계이며, 따라서 명확한 사업변경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해녀를 비롯한 어민들의 지속적인 반발과 짧은 운영 기간, 태풍 피해 등을 종합적인 검토한 결과 슬도 부근 해상에서 바다체험 관광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해안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부지를 모색 중이며,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촉박한 시간.

지난 16일 열린 동구의회 제207회 임시회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바다체험 관광 사업으로 함께 추진된 '남진 물놀이장'은 올 여름 미개장을 사유로 사업비 9,500만원을 전액 반납했다. 동구는 슬도피아 사업변경을 위해 해당 사업비 2억5,000만원을 반납하지 않았는데, 이날 임시회서 관련 지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추후 사실을 파악한 일부 의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207회 임시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은심 의원은 "2022년 당초예산은 전임 민선 7기가 편성했다 보니 예결위도 슬도피아와 관련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 못했다"면서 "사업 운영을 위해 편성된 예산인데, 아예 개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진 물놀이장'처럼 올해 예산은 반납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사업변경이 불가능할 경우 3차 추경이나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올해 안에 사업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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