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의 한 상가 앞 공터에 설치된 볼라드.

한 운전자가 볼라드를 우회하다가 볼라드에 차량이 긁히는 모습.

울산 중구의 한 상가 앞에 설치된 '볼라드'가 부적합한 위치에 놓여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설치한 볼라드도 차량이 우회하면 그만인 상황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난 23일 오후 12시께 찾은 울산 중구 다운동의 한 공터. 2개의 건물 사이에 있는 이 공터는 각 건물을 찾은 이용객들의 간이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자형 볼라드 하나가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다.

이 볼라드의 정식 명칭은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으로 보행자용 도로나 특정 장소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고 보행자와 환경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는 장애물이다. 이 볼라드의 경우 해당 공터로 차량 진입이 잦다 보니 보행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민원을 받고 최근 중구가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공터에 설치된 볼라드는 정작 차량이 인도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 두 곳을 두고 인도 바로 옆에 설치돼 있었다. 차량들은 인도 위를 통과한 뒤 볼라드를 빙 돌아 우회해 주차를 하고 있었는데, 한 차량은 도로로 나가다 볼라드에 긁히기도 했다.

해당 차량 운전자 A(44)씨는 "볼라드 때문에 차 빼는 데만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주차금지 표지판도 없는데 공터 한가운데 애매하게, 그것도 달랑 하나 설치돼 있어 주차를 막으려는 용도인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도와 접한 볼라드에 충돌하거나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잦아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길을 걷던 한 초등학생이 주변 간판을 바라보다 갑자기 나타난 볼라드를 비껴가려다 발목을 접지를 뻔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던 한 운전자도 인도 위 보행자에 가려 볼라드를 보지 못했는지, 불과 1m 정도를 앞두고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려다 휘청이기도 했다.

보행자 B(22·여)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런 시설물이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는데 잘못하면 크게 넘어질 뻔했다"며 "특히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서 위험하지 짝이 없는 물건인데, 왜 이런 곳에 덩그러니 설치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볼라드 설치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볼라드는 기본적으로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해야 한다. 또 30cm 앞쪽에는 시각장애인이 충돌할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점형블록을 설치해야 하지만 일반 보도블록을 외에는 점형블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현재 볼라드 제거 계획은 없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hyee0126@naver.com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