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편의·경제성 탁월 … 도시 재생 효과도
울산·부산·서울 등 20여곳 도입 추진 · 검토 중
철도기술硏 자체개발 무가선 국산화모델 시험
기존 노면 전차 달리 대용량 배터리 동력 사용
전력선없이 운행 가능한 100% 저상 노면전철
각 지자체 대상 실증 확장 상업노선 구축 계획

 

충북 청주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분원에는 무가선트램 시험선.

앞서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프랑스 니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운영 중인 트램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 알아봤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전기로 운영하는 친환경 대중교통 △노면 운행으로 인한 건설비용 절감 △저상화를 통한 교통약자 및 승객 편의성·접근성 향상 △도시재생 △관광사업 및 지역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높은 경쟁력을 갖춘 트램은 전세계 50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을 만큼 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된 선례가 없어 낯선 대중교통으로 인식된다. 그렇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과연 상용화 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잖은 상황이다.

이번편에서는 국내의 트램 기술력과 개발 현황에 대해 알아 본다.

#50여년 만에 국내 트램 재도입 추진

우리나라는 개화기 초 1899년 트램이 처음 도입됐다. 당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트램을 운행한 나라로 노선도 11개까지 증설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60년 만인 1968년 트램 운행이 중단됐다. 당시 트램은 느리고, 작고, 고상홈 형태라서 자동차 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 증가는 많은 문제점을 수반했다. 도심지 내 도로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배기가스 배출로 환경오염도 불러왔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동차 사용을 억제해야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대안으로써 어떤 대중교통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50여년 만에 국내에 트램 재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인 자지체는 서울, 부산, 대전, 경기, 인천 등인데 검토 중인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울산을 비롯해 20여곳에 이른다.

트램 건설비는 1km당 200~250억원 가량으로 땅을 파거나 구조물을 세워야 하는 지하철(1,300억원), 경전철(500~600억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물론 버스보다는 건설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트램 한 대는 버스 4대 정도의 수송역량을 가지고 있고, 선형궤도로 가기 때문에 승차감, 정시성, 친환경성 등이 월등하다.

이러한 이유로 울산 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트램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트램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도시는 부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2018년 국토교통부의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사업에 5개 시도과 경쟁 끝에 선정돼 지하철 2호선 경성대역에서 오륙도까지 5.2km 구간 정거장 11개로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내 1호 트램이 될 전망이고 세계 최초로 전 구간 100% 고압가선이 없는 무가선 트램이다. 부산시는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 공모 당시 사업비 470억원보다 추가 사업비가 4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청주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분원에는 무가선트램 내부 모습.
충북 청주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분원에는 무가선트램 시험선

#국내에 이어 세계로 뻗어가는 기술력

국내 국가출현 연구소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있다. 이곳은 철도, 대중교통, 물류 등 공공 교통 분야의 연구개발과 성과 확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중 자체 계발한 트램 국산화모델을 통해 앞으로 울산을 포함한 각 지자체에 실증 노선을 확장해 상업 노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북 청주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분원에는 무가선트램 시험선이 마련돼 있다.

무가선 저상 트램이란 기존의 노면전차와 달리 대용량 배터리를 주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압 가선인 팬터그래프 제거돼 전력선 없이 운행 가능한 100% 저상 노면 전철이다. 세계 최대 용량의 전지(196kwh)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4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차량에 탑재된 리튬이온 2차 전지를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과 매연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연구원은 지난 2012년 5월 무가선 사제 차량을 제작했고, 같은해 여수 EXPO에서 시범운영을 했다. 이후 오송 분원에서 시스템 안정화를 완료하고 2017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국내 실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실증사업은 개발된 궤도, 신호, 차량 등 요소기술 활용하고 접목해 1km 이상의 복선 선로, 차량 3대 이상, 차량기지(검수고, 관제실, 변전소, 충전설비 등), 정거장 3개소 이상, 교차로 2개소 이상을 구축했고 8만km의 시험 주행을 마쳤다.

현재 부산과 위례에 공급하기 위해 각각 5대와 9대 트램 제작에 들어가 설계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해외에서 운행되는 트램도 많다. 터키 안탈리아 터키 이즈미르 폴란드 바르샤바 등이 대표적인데 안탈리아는 터키 현지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수주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곽재호 차세대철도차량 본부장·무가선트램 국책 사업단장.

(인터뷰)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곽재호 차세대철도차량 본부장·무가선트램 국책 사업단장

-트램이 가진 경쟁력이 무엇인지?

트램 역 간격은 보통 500m 이하인데, 결국 한 방향으로 200m만 가면 역이 있다는 거다. 그만큼 역으로 접근성이 좋다. 또 역이 도로 위에 돌출되지 않고 지면과 수평 형태라 일반 승객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도 승하차가 편리하다. 접근성, 편의성이 뛰어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들고, 트램 노선을 따라 도시가 재생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도 사라졌던 트램이 80년대 후반부터 부활해 붐이 일고 있다. 물론 건설비로 보면 버스가 더 효율적이긴 하지만 선형궤도로 가기 때문에 승차감, 정시성, 친환경성을 버스가 쫓아오기는 어렵다. 속도 300km로 달리는 KTX에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속도 100km의 자동차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지 않나. 무엇보다 현재까지 나온 도심형 대중교통 수단 중에서 가장 인간 중심적이다.

-수십곳의 지자체에서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큰 원인은 예비타당성 조사다. 도시철도는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6:4다. 정부 예산 60%를 받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 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트램에 적합하지 않다. 쉽게 설명하자면 트램이 도입돼 도로를 차지하게 되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비용대비편익(B/C)이 마이너스로 나온다. 이런 불합리한 부분들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트램만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 수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기재부가 결정을 하는 거다 보니 시민들과 울산시가 힘을 합쳐 예타를 통과시키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교통체계 변경, 적자 발생 등의 우려도 숙제인데?

예전 구심 트램은 자동차와 똑같이 달리다 보니까 특별할 게 없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요즘은 전용선이나 우선 신호를 적용해 트램이 빠르게 도심지 내를 주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때문에 출퇴근 시간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친환경, 교통 체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있지만 자동차로 인한 안전문제, 사고로 인한 피해 등을 효과적으로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게 트램이라고 본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이 흑자를 내기란 쉽지 않다.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이용금액을 올리면 되는데 시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나라에서 노선 설계를 잘하거나 연계 교통수단을 잘 만들어 흑자를 보는 곳도 있다. 관건은 지자체별로 시설, 운영방법을 얼마나 가볍게 만드냐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이 오송 분원 시험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적은 살림살이로 얼마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 등을 검토하는데 시내버스 운영보조금 정도라면 트램이 도입되더라도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램 도입을 검토 중인 울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울산은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광역시로 우리나라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시민들이 세금도 많이 낸다. 그런데 도심 내 도시철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넌센스다. 프랑스는 30만명이 넘는 도시 대부분에서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은 자동차 중심 도시로 이대로 가다가는 도심지 내에서는 넘쳐나는 자동차로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이미 도시를 더 활성화 시킬 수단도, 여력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램이 필요하다. 트램이 도입되면 노선을 따라서 민간투자자들도 들어오게 되고 그에 따라 도시 재생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인근 상권 개발 등 도시 활성화를 가져오고 아울러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무엇보다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도로가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될 수 있다. 10년 안으로 트램을 갖고 있는 도시와 갖고 있지 않은 도시로 양분될 것이다. 울산도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신섬미 기자
사진=심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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