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내겐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유치한 말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비록 ‘말 폭탄’이었지만 예측불허의 지도자 손에 쥐어진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을 불렀다.
 북한이 9월 초 공표한 ‘핵 무력 정책’ 법령은 냉전기 소련이 극비리에 운영했다는 자동 핵 반격 기계(페리미터·Perimeter)의 북한판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이 생명이 위협받으면 곧바로 공멸의 ‘물귀신 기계’가 가동된다는 협박이다. 북한 핵무기는 이제 할아버지의 주체사상, 아버지의 선군정치를 뛰어넘는 김정은의 위엄이 됐다. 더욱이 모래탑 같았던 선대의 사상적 업적과 달리 김정은이 만들어낸 것은 핵탄두라는 실체가 있는 성과물이다. 당장 휴전선 너머 같은 민족은 물론 멀리 바다 건너 강대국까지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권리가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협박이다. 최근 러시아의 핵 위협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세밀해졌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독재자 푸틴은 핵 버튼을 만지작거린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특히 유럽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재앙적이다. 폭발력 10~100kt의 전술핵무기라 해도 1945년 히로시마를 파괴한 원자폭탄의 폭발력이 15kt이었다. 14만명이 희생됐다. 핵무기 1기만 폭발해도 수십만 민간인이 사방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핵 공격 위협은 북한의 핵 공격 협박과 직결된다. 푸틴의 핵 공갈이 먹힐 때 가장 기뻐할 자는 김정은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박한 과제는 나토형 핵 공유나 자체 핵무장이다.
 21세기 핵전쟁은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남은 길은 북의 핵 선제 사용 협박, 확장억제 강화, 북의 도발 고도화라는 악순환의 사이클만 남게 된다. 다시 말해 통제 불능 상황, 즉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빠져들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모든 지략과 에너지를 모아 현 상황의 위험 요인 제거 노력과 다양한 전술을 동원해 안전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핵을 머리에 얹고 살면서 우리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소모적 정쟁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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