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계 공백, 교육개혁 속도 늦춰선 안된다

울산교육계의 큰 별로 교육현장을 지휘해 오던 노옥희 교육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8일 오후 12시50분께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돼 사망했다. 노 교육감은 이날 점심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교육청은 노 교육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당황해 하면서도 이용균 부교육감울 중심으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옥희 교육감은 울산 첫 진보·여성 교육감으로서 재선까지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노 교육감은 20여년간 이어진 울산의 보수교육감들이 각종 비리나 물의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교육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진단하고 교육감 선거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7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울산 첫 진보·여성 교육감이 됐다.



첫 진보교육감 시대 열어 개혁 추진



노 교육감은 첫 임기 동안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청렴도와 교육복지를 전국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교육개혁의 일선에서 추락한 울산교육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고 성과도 일정부분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 동안 보다 확실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려는 노 교육감의 의지는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갑작스럽게 올스톱됐다. 이로써 울산교육청은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울산시교육청은 이용균 부교육감 외에 1997년부터 지금까지 6명의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제4대 김석기 교육감 시절 이철우, 서용범 2명의 부교육감이 교육감 궐위 기간 동안 각각 4개월과 10개월씩 권한대행으로 지냈다. 지난 2005년 8월 23일 취임 하루 만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 전 교육감은 결국 유죄가 선고돼 직무가 정지됐다. 또 1999년 4월 21일 취임한 제2대 김지웅 교육감은 2년 뒤인 2001년 4월 11일 교육청 집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같은 달 15일 별세했다. 김석기 전 교육감은 1997년 초대에도 당선돼 그해 8월 22일 취임했지만, 보름 만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 2일 김 전 교육감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김 전 교육감은 업무에 복귀했고, 이후 1999년 3월 12일 대법의 당선무효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재임했다. 대법 판결 이후 같은 해 4월 20일까지 송영식 부교육감이 일시적으로 권한대행을 맡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7년 김복만 교육감의 구속 직후 류혜숙 부교육감이 직무대리를 맡아 대행체제를 이어갔다.



교육청, 대행체제 정상화 최선 다해야



이날 갑작스럽게 타계한 노교육감은 지난 5년간 교육의 기회 평등과 복지 확대 쪽으로 큰 틀을 잡아 왔다. 교원 평가제, 교장 공모제, 학업 성취도 평가, 수준별 이동수업, 고교 선택제, 울산외고·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 등 이미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난 민선 7기에서 울산시민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울산의 교육계는 민주진보를 내세운 노옥희 교육감 체제로 꾸려지면서 20년 동안 보수성향 교육감이 독차지해 왔던 교육계 안팎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노옥희 교육감의 일성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는 교육', '학교 구성원 전체가 주인이 되는 학교',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교육감'이 되겠다"는 외침으로 젊은층의 학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타계한 노 교육감은 지난 6월 재선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미래책임교육 △모두가 행복한 맞춤형 교육복지 등 7대 핵심과 81개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지난 4년간 추구해온 교육의 틀을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노 교육감이 추구하는 울산 교육의 미래가 지역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는 점과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노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하자 마자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며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과 정책 방향성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지방교육청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기조는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특히 재선 이후 지역현안에 대해 소통의 창구를 넓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점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다시 교육계 혼란 되풀이 되면 안돼



울산의 교육계가 진보교육감 시대 이후 20여년간의 혼란을 정리하고 안정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노옥희 교육감이 울산 교육의 안정과 위상 제고에 앞장서 왔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번의 갑작스러운 노 교육감 타계로 울산 교육이 다시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년 4월에 있을 보궐선거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울산 교육이 꾸려진다. 이 기간동안 이용균 권한대행은 혼란을 잘 수습하고 보궐선거에 교육계가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제대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노옥희 교육감의 타계에 애도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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