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2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고 한화의 품 안에서 경영정상화의 닻을 올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한 건데, 이로써 조선업 '슈퍼 사이클' 시대가 열리면서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27일 공정위는 전날인 26일 전원회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한화 계열사가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 관건은 함정 부품시장 독점·유력 사업자인 한화와 잠수함시장 압도적 1위(수상함은 2위)인 대우조선 간 수직 결합이 과연 군함이나 군함 부품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였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인수가 무산되면 대우조선이 도산할 수 있고 이 경우 거제지역과 국가경제에 부정적일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조선업 독점이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유일한 수요자인 방사청을 통한 감시와 제재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관급이 아닌 도급계약의 경우 가격·정보 차별 행위를 감시·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데 한화가 입찰제안서를 작성할 때 대우조선 경쟁업체에 부품 정보를 덜 주거나 견적가격을 높게 제시한다거나, 한화나 대우조선이 각자 거래 과정에서 파악한 경쟁사 기술정보와 영업비밀을 서로 주고 받아 경쟁 우위를 점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 제공하는 행위 금지 △함정 부품에 대한 기술정보 요청 부당거절 금지 △경쟁사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금지 등 세 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수상함·잠수함 입찰과 관련, 함정 항법장치·함정전투체계·함포·함정용 발사대 등 한화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10개 함정 부품을 방사청이 아닌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시정조치 기간은 우선 3년이며 한화와 대우조선은 반기마다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 뒤 시장·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공정위가 방위산업 시장 내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부과한 첫 사례다.

이처럼 8개국 경쟁당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만큼 다음달 중 인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화가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이고, 작년 12월 두 회사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실제 한화는 다음 달 초 이사회에서 새 이사진과 사명 등을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뒤 2주안에 확정할 방침이다. 유력한 사명은 '한화오션'으로 빠르면 다음달 공식 출범한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정통 한화맨'이자 그룹 내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진 권혁웅 한화 총괄사장이 내정됐다. 권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새 주인을 찾게 된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이번 기업결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작년 말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조건으로 고용보장과 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거쳐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을 졸업한 뒤 20년 넘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준공기업에 가깝게 경영상의 제약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으로 조선업 '슈퍼 사이클' 시대가 열리면서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선 공적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수주 실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져 무리한 저가 수주 관행이 사라지고 조선업계 간 공정 경쟁 질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수주 물량 해소에 나서는 건 물론, 이달 초엔 가장 비싼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LNG운반선'을 3,145억원에 수주했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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