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발간된 『문수봉』은 전후 서울에 살던 울산 청년들의 학업과 교류, 향토 의식을 보여주는 자료다. 최장락 제공
1958년 발간된 『문수봉』은 전후 서울에 살던 울산 청년들의 학업과 교류, 향토 의식을 보여주는 자료다. 최장락 제공
68년 전 제작된 울산 청년들의 기록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고향 울산을 떠난 서울 유학생과 향우들의 회지『문수봉(文殊峰)』 창간호가 최근 실물로 확인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58년 발간된 『문수봉』은 한국전쟁 이후 가난과 혼란 속 울산 청년들의 학업과 교류, 향토 의식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번에 공개된 창간호는 참여 인물들의 면면이 주목된다. 표지는 한국 화단의 거목 천경자 화백이 맡았다. 내지에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단편 문학의 거장 난계 오영수, 도서관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간송 엄대섭, 당시 울산군수 서석지 등의 글이 실려있다.

내지에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단편 문학의 거장 난계 오영수, 도서관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간송 엄대섭, 당시 울산군수 서석지 등의 글이 실려있다.
내지에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단편 문학의 거장 난계 오영수, 도서관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간송 엄대섭, 당시 울산군수 서석지 등의 글이 실려있다.
정치·법조계 인사들의 이름도 확인된다. 7선 국회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해영,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안우만 전 법무부 장관, 차화준 전 국회의원 등 훗날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한 울산 출신 인물들의 청년 시절 기록이 담겼다.

특히 ‘축 창간’ 지면에는 대학 관계자와 국회의원, 기업인, 행정 관계자 등 당시 울산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나란히 실려 『문수봉』이 고향 선배와 지역 인사들이 서울 유학생들을 후원하고 격려한 네트워크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준다.

‘동천학사’ 관련 내용도 전경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동천학사’ 관련 내용도 전경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책 속 ‘동천학사’ 관련 내용도 눈길을 끈다. 동천학사는 서울로 올라간 울산 청년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학업과 미래를 꿈꿨던 보금자리였다. 정해영 의원의 사비로 설립돼 1955년부터 1980년까지 운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안우만 전 법무부 장관, 심완구 전 울산시장, 최병국·차수명 전 국회의원 등이 이곳을 거쳐 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자료가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시대의 명암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와 민족문화, 지역 발전을 이야기한 지식인과 청년들의 글이 실린 한편, 친일 경찰로 논란이 된 노덕술, 친일 문학인 정인섭 등의 이름도 함께 등장한다.

일부 지면에는 ‘학도’라는 표현도 등장해, 전쟁 직후 청년들이 배움과 역할을 사회적 책임과 연결해 생각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문수봉』 창간호는 지난달 울산 남구 산업문화공간 잇츠룸갤러리에서 소장전을 열었던 최장락 시인이 경매를 통해 어렵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시인은 “이 책은 폐허 속에서도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울산 청년들의 꿈과 자존심, 그리고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열망이 담긴 소중한 기록”이라며 “울산사람의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문수봉』은 2012년 향토사보를 통해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