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의 오염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거리를 가득 채운 정체불명의 외래어와 국적 불명의 신조어, 인터넷을 장악한 비속어와 지나친 축약어는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갉아먹는 주범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울산시교육청이 진행한 ‘우리말 다시 쓰기’ 활동의 결과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행사에는 울산 지역 초·중·고 학생 3,177명이 참여해 무분별한 외국어와 일제 잔재어 등을 창의적인 순우리말로 바꾸어 제안했다.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단어들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게스트 하우스’를 바꾼 ‘길벗 쉼터’나 ‘손님사랑방’에는 정겨운 환대의 정서가 묻어난다. 스마트폰 부속품인 ‘그립톡’을 ‘손맛고리’나 ‘쥠고리’로, 걷거나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을 ‘발길줍기’나 ‘초록달리기’로 바꾼 제안은 직관적이면서도 순우리말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려냈다. 입시철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킬러문항’을 ‘가름문항’이나 ‘으뜸고비문항’으로, ‘트리거’를 ‘시작불씨’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는 어른들의 무감각한 언어 습관을 부끄럽게 만들 만큼 날카롭고 아름답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전하는 도구를 넘어 그 사회의 정신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청소년들이 비속어와 급식체의 온상이라는 편견을 깨고, 이토록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을 스스로 찾아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올해로 6년째 이 사업을 이어오며 우리말 가치 되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울산시교육청의 일관된 노력 역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대체어가 발굴되었다 한들, 공모전의 결과물로만 머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어의 생명력은 ‘사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직접 제안한 생동감 넘치는 단어들이 반드시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울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이 바꾼 우리말을 학생과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 학교 내 게시판이나 가정통신문은 물론,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공문서에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울산의 학생들이 쏘아 올린 이 작고 아름다운 ‘시작불씨’가 한글학자 최현배의 고향 울산의 언어문화를 바꾸는 큰 불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