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5년경, 이집트 신전 앞엔 성수(聖水)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자동 판매기가 들어온 것은 1975년이다. 이때 판매한 상품은 담배도, 커피도 아닌 콘돔이었다. 먼 옛날 ‘성수’를 판매하던 자판기의 성(聖)스러운 임무가 우리나라에서는 ‘성(性)스러운’ 결실을 맺게 됐다.
‘이거 왜이래? 나 백화는 이래봬도 인천 노랑집에다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진해 칠구, 모두 겪은 년이라고.’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백화가  읊은 곳은 우리나라 굴지의 사창가들이다. 멸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창가는 바퀴벌레와 닮았다.

그런데 16세기 유럽의 어느 도시는 도시 자체가 사창가였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음란한 거리’로 불리던 베네치아가 그랬다. 르네상스때 여행객들이 몰려든 베네치아에는 매춘부를 소개하는 관광가이드까지 있었다. 매춘부의 이름과 주소, ‘단가’는 물론이고 중개하는 포주의 이름까지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트르디아 다라고나라는 고급매춘부는 자신의 테크닉을 모아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여자들의 삶은 감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두 부류의 여자, 수녀와 고급매춘부만은 예외였다. 당시 유명했던 여자 베로니카 프랑코는 수녀의 길보다는 고급매춘부의 길을 택했으며 훌륭한 시인이기도 했다. ‘데인저러스 뷰티’란 영화에서는 그녀의 일대기를 다뤘다.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이라는 책에서는 당시 매춘부들은 단순한 성거래자들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문화의 또다른 아이콘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4년 제정된 우리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을 사고 파는 여성과 남성을 모두 처벌하는 규정이다. 2012년 법원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2년 4개월 만에 헌재에서 첫 공개 변론이 열려 위헌론과 합헌론을 놓고 3시간 30분동안 격돌했다. 
성매매처벌법은 직업 선택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 위헌일까, 아니면 성범죄를 줄이고 성풍속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까.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성매매 특별법을 고집스럽게 시행하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등불’이라는 인권운동가들의 그 ‘등불’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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