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학 울산과학대학교 교수·관광경영학 박사

일제강점기 시절 어업과 물류의 전진기지였던 인천, 포항 구룡포, 군산 등지에서 근대문화역사 거리를 조성해 관광자원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관광의 형태가 대량관광에서 특별관심여행(SIT; Special Interest Tour)과 테마여행(Theme Tour)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근대문화역사는 특별관심의 대상이고, 특정 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헤리티지 투어리즘(heritage tourism)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 방어진에도 일제강점기 시절 어업과 관련해 많은 일본인이 이주해 거주한 바 있어 근대문화역사의 흔적이 다수 남아있는데 이를 관광자원화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울산 최초의 등대이자 동해안 최초의 등대였던 울기등대(1906년 등간 등대, 1910년 현존 구 등대)를 비롯해 울산 최초의 방파제(1928년), 영화관(1924년경), 조선소(1929년), 여객터미널(1933년), 목욕탕(1924년경) 등이 현존하거나 존재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이른바 적산가옥 등도 남아있다.

이러한 근대문화역사의 흔적은 대부분 일본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그들의 이권과 관련돼 있는 것들이지만 당시의 문화와 생활상 그리고 기술 등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전국의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방어진 근대문화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사진이나 소감 등을 블로그 등 SNS에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잠재적 가치가 충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방어진에 근대문화역사 거리를 조성해 관광자원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근대문화역사 흔적의 보존
혹자는 일제의 잔재를 왜 관광자원화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반성하고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인 역사든, 긍정적인 역사든 그 흔적을 보존해 그 당시의 역사와 생활상을 이해하고, 교육차원에서 관광차원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매력적이듯이 일본인 관광객이 울산에 와서 그들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매력적일 것이다. 적산가옥 거리에 남아있는 일부 건물 등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둘째, 스토리 발굴
객관적 사료와 구전을 충분히 활용해 스토리를 생산해야 한다. ‘최초’ ‘가장 오래된 것’ 등은 강한 스토리를 생산할 수 요소이고, 거기에 당시의 역사는 물론 애환과 생활상 등을 담아내는 스토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관광은 아는 것만큼 느낀다는 점에서 각각의 근대문화역사 흔적에 대한 스토리는 더욱 중요하다.

셋째, 표지판 설치
당시의 건축물은 사라져도 그 위치의 터는 존재한다. 그 터에 당시의 건축물 사진과 함께 설명을 곁들인 표지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온전한 건축물의 사찰보다 사지에서 더 상상과 감흥을 느끼듯 단순한 설명문보다는 당시의 사진을 통해 그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표지판은 방문객의 포토존 역할도 할 것이다.

넷째, 안내소 설치 및 지역주민의 해설사 양성 
근대문화역사 거리에는 안내소가 설치돼야 하고, 지역주민의 해설사가 상주해 방문객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역사문화와 지리를 잘 이해하는 지역주민을 해설사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방어진 적산가옥 거리–방어진 방파제–슬도–울기등대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는 근대문화역사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 루트가 울산관광 명소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방어진 근대문화역사 거리의 조성을 통한 관광자원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숨어 있는 자원에 스토리를 입히고 포장을 해 관광객을 유혹해야 하는 것이다. 관계 당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