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다’는 말은 쉽다. 목숨을 내걸기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목숨을 건다’는 과장법은 목숨까지 걸만큼 진지하게, 열심히 무언가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좀 달라보인다. ‘잇쇼켄메이’, 즉 목숨을 건다는 말을 상투어처럼 들을 수 있다. 그만큼 무슨 일에 골몰하는 습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워낙 자주 쓰는 통에 그저 ‘열심히’의 강조용법쯤으로 퇴색한 감마저 든다. 

그러나 그 어원을 거슬러 가자면 진짜로 산목숨이 오락가락했다. 똑같은 발음의 ‘잇쇼켄메이’라도 애초에는 한자 표기가 ‘일장현명(一莊懸命)’이었다. 이때의 ‘장(莊)’, 즉 일본어 발음으로 ‘쇼’는 사무라이의 영주가 거처하던 장원(莊園)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 목숨을 걸거나 혹은 사무라이가 자신의 영주를 위해 생명을 바치던 언행일치의 ‘잇쇼켄메이’였던 셈이다.

그것이 ‘일소현명(一所懸命)’으로 어물쩍 바뀌었다. 이때 ‘소(所)’로 표기된 ‘쇼’는 한결 포괄적이다. 확대 해석하면 자신이 소속된 장소, 그러니까 집안이나 조직, 직장까지도 포함됨 직하다. 아마 자신이 모시던 상사의 비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정치가나 기업인의 심복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마자 죽음으로서 영원히 입을 봉하고 마는 것도 이 경우의 ‘잇쇼켄메이’일지 모른다.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20년 넘게 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부자(父子)를 보좌한 가신(家臣)의 자살은 그룹 오너, 즉 주군(主君)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 주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가신, 일본의 ‘잇쇼켄메이(목숨을 건다)’와 일본에 뿌리가 깊은 기업 롯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죽음으로써 진실을 덮으려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악습이며 결코 선례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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