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유품 구체적 모습 공개는 처음

경기도 양평의 한 목장 창고에 공개되지 않은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에 있던 사진이 다수 보관돼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 신당동 사저(私邸)에서 사용하던 미공개 유품(遺品) 다수가 경기도 양평의 한 개인 목장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있던 피아노, 사진 등 미공개 유품 다수가 구체적 모습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유품들은 서울 신당동 사저에 최초 위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동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7사단장 시절이던 1958년 5월부터 1961년 8월 장충동의 국가재건최고희의 공관으로 이주할 때까지 3년 3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 지내던 곳이다. 또 5.16 쿠데타를 계획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유족들이 이곳에서 함께 살았으며 지난 2008년 10월 등록문화제 제412호로 문화재청에 등록 됐다. 이후 복원 및 재현공사가 진행됐다.

공사 진행에따라 박 전 대통령의 막내 딸 근령씨가 당시 사저 유품들을 전 박 대통령 육영수 여사 숭모회장인 이영도(65)씨에게 맡겼고, 이 전 회장이 경기도 하남의 모처에 보관해 오다 지난해 12월 양평 목장으로 이전했다.

이씨가 회장으로 몸담았던 숭모회는 1992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근령, 지만씨가 육영재단을 두고 분규를 벌일 당시 숭모회장을 지낸 이씨는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최순실씨의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여부 등에 대해 진술한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은 특검에서 ‘고 최태민씨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불린 것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씨가 박근령씨의 부탁으로 양평 목장의 창고에 보관중인 유품이 포함된 물품은 모두 300여점에 달한다.

이씨는 혹시 모를 유품 손실 등을 우려, 창고 주변에 CCTV 8대를 설치하고 훈련된 개 3마리를 사육중이다.

취재진의 현장 확인 결과 상당수가 박스에 밀봉돼 유품 종류를 모두 볼 수는 없었으나 사저 거실 등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사진들과 박 전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자녀들이 연주·사용한 피아노, 탁자, 진열대 등은 육안 확인이 가능했다.

이씨는 육영수 여사가 묘소에서 절을 하고 있는 사진, 피아노, 가구 등의 유품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액자 속 사진, 피아노, 탁자, 진열대 등의 유품들은 먼지가 자욱히 쌓여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수 십년전의 것으로 보였다.

피아노는 세간에 알려진 청와대에 있던 것과는 다른 악기로, 1961년 이사할 당시 사저에 그대로 뒀다 이곳 창고까지 옮겨졌다고 한다.

이씨는 “신당동 사저공사가 시작되면서 박근령씨의 부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족들이 사용하던 물건 등을 보관하고 있다”며 “원래는 아들인 박지만씨가 보관해야 맞는데 어찌하다 보니 (내가) 보관하게 됐다. 주인이 아니기에 밀봉 박스는 뜯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유품을 빼돌리려 한 정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씨는 “최순실씨가 육 여사의 유품인 여우목도리와 귀금속을 비밀리에 팔려고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품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의 친형(박상희)의 아들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처남인 박준홍(70·전 대한축구협회장)씨도 증언했다.

취재진이 촬영한 유품 사진을 본 박씨는 “예전 신당동에 자주 갔었다. 박 전 대통령과 조카들이 사용하던 피아노, 탁자, 진열대 등이 그때 당시 물건들이 맞다”고 밝혔다.

한편 2007년 8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공포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과 대통령기록물 487점을 국가에, 유품 6천여 점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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