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잠을 잘 못자요

70∼90대 노인들 불면증 호소
밤새 화장실 들락날락 잠 설쳐
신장·방광 급소 치료하면 효과

인체 직접 살피고 만지고 치료
아날로그 의학 역할 충실하자

노인 환자분들을 보다 보면 의외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나이 70∼90대의 노인들이 무슨 걱정과 스트레스가 그리 많을까 싶지만 실제로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주무시거나 며칠을 뜬 눈으로 세웠다고 하시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분들에게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으면 “잠을 잘 못자” 라고만 대답하신다. 간단히 ‘불면증’으로 진단하여 치료하면 별 효과를 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좀 더 질문하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밤에 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 라고 하면 대부분 3∼6번이라고 답한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들 수 없는 것이다.
허리는 굽어지고, 하체의 근력은 떨어져 잘 움직이지 못하시는 노인이 밤새 뒤척이다 잠을 못 자게 되면 다른 곳이 더 아프게 되고 치료가 안 되기 마련이다. 제일 먼저 양기가 떨어지고 전립선 기능이 약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데 신장과 방광의 급소인 차료와 환도를 적절히 치료하면 효과가 빠른 경우는 그날 바로 야뇨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회양혈, 귀래혈 등으로도 압진을 하고 경결부위를 풀어주게 되면 소변의 수삽기능이 월등히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몸에는 장부와 직결되는 급소자리가 있고 그 곳을 정확히 찾고 깊이를 잘 조절하여 시술을 하게 되면 내부 장기의 기능개선으로 증상을 치료해 실제 우수한 효과를 보게 된다. 
환자의 나이와 장부상태 습관 등을 관심 깊게 살피지 않고 대증처방을 하게 되면 치료는 길어지고 증상 개선은 표면적으로만 진행돼 진실은 자꾸 숨어버리게 돼있다. 
종종 환자들이 통증만을 위해 치료를 서두를 경우 필자는 이렇게 일러준다. “할머니 은행에서 돈을 자꾸 빌려 쓰다보면 결국 부도가 나듯이 우리 몸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원인을 잘 살펴 치료해 드릴 테니 천천히 가 봅시다”라고 한다.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검사와 수치로만 진단의 기준을 삼다보니 환자의 목소리는 차단돼 버렸다. 표준화되고 수치화되고 전문화되어 통증에는 통증클리닉, 소화가 안 되면 내과, 잠이 오지 않으면 신경정신과 수면제로 귀결되는 지금의 진료형태를 보며 환자가 하소연하는 실체를 듣고 치료해 나가는 의료의 현실이 아쉽다. 
과학화된다는 것의 함정을 한 번 더 생각해보며 한의학이 직접 사람의 언어로 사람의 몸을 살피고 몸을 만지고 치료하는 아날로그 의학으로 우리 의료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욱 자명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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