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울산 울주군 ‘언양도시재생사업’이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계획 사업이 ‘재검토’ 처지까지 놓였는데, 주민들은 사업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7일 울주군과 언양읍 주민, 언양알프스시장상인회 등에 따르면 언양읍 남부리 124-2 일원에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사람의 場(장): 헌양의 귀환’을 둘러싸고 최근 갈등이 불거졌다.
울주군은 지난해 3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역 주민의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언양알프스시장 상권을 활성화하는 내용으로, 기존 공유지를 활용한 각종 건물 신축 계획도 포함됐다.
언양읍성과 읍성 안팎의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열린 박물관’, 주민공동체 거점 공간으로 지역특화 식음료 등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눔센터’,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커뮤니티 키움센터’와 ‘건강·돌봄센터’, 시장 이용객의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언양시장웰컴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 중 일부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될 처지다.
울주군은 동부리 210-1번지로 이전하는 동부1리 경로당(동부리 241-14번지)의 규모를 키우고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건강·돌봄센터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언양읍성 문화재 구역에 있던 경로당 이전을 위해 보상금 일부를 기부 채납했는데, 다른 기능을 배제한 온전한 경로당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2리 경로당을 철거하고 지으려던 ‘언양시장웰컴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으로 이같은 사업이 계획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토로했다.
남부2리 송경덕 이장은 “경로당을 철거하고 1층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설을 짓는다는데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면서 “경로당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어떤지, 계획 단계에서는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이 주민들과 갈등을 겪자, 최근에는 계획된 인프라 신축 사업을 모두 백지화하고, 새로운 부지에 모든 기능을 통합한 복합 건물 한 채를 짓자는 논의까지 이뤄졌다. 이는 이달 11일 열린 주민협의체 집행부 회의에 상정되기도 했다.
언양알프스시장 상인회 측은 “논의되는 통합 건물은 당초 도시재생에 계획됐던 시장활성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해당사자인 상인회의 의견은 배제되고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을 계획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면 애초부터 이런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다.
군 관계자는 “국비 공모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됐고, 이 과정에서 군청의 관련 부서와는 협의가 진행됐지만, 주민들에게는 충분히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계획된 건물을 백지화하고 한곳에 통합 건물을 짓자는 논의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조만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로 선정된 이 사업은 언양알프스시장을 포함한 14만3,000㎡에 국비 100억원, 시·군비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진행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