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반대했지만 결국 꺾인것까지 ‘9전(戰) 9퇴(退)’였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연패하자 작년 11월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재신임에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나 ‘홍백기(홍남기+백기투항)’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외환 위기,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지만 그 보다 더 바닥인 것이 경제 사령탑 이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평가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월 1일 재직 843일로 최장수 기재부 장관 기록을 세웠다. 윤증헌 전 장관의 기록(842일)을 넘어섰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재부의 역대 수장 8명 가운데 가장 오래 자리에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최장수 장관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부총리의 ‘롱런(Long-run)’을 바라보는 기획재정부 안팎의 시각도 곱지 않다.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하면서 경제 관료들을 리드하되, 필요할때 재정과 경제정책의 최후 보루로서 눈치보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하는 자리가 경제부총리다. 그런데 경제팀 리더 역할도, 경제 파수꾼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 843일, 최장수의 원동력이 홍 부총리 특유의 예스맨 기질인 것 같아서 장기 재임 기록이 반갑지 않다는 것이 기재부 내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4월 7일 재보궐선거 후 개각에서 홍 부총리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후임 부총리자리에 누구가 앉든 ‘상처뿐인 영광’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이면 대선이고, 두달 뒤 새 정부가 들어선다. 후임 부총리는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5월은 지나야 취임하게 된다. 일 할수 있는 시간이 1년도 안된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세금 퍼주기에 열을 올릴 여당에 밀리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면 안된다’고 막아서봐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백기 투항’을 면키 어려워 바꿔도 또 한사람의 ‘홍백기’가 나타날 것이 뻔하니 바꿔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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