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하나로 엮어나갈 수 있는 영역 무한
 유통환경·음식관광 등 지속 개선 시도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제작·발전시켜야

이다혜 울산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울산지역 언론계에 종사하는 지인과 함께 최근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음식조리와 관련 된 일이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야 나의 필살기이자 전공이니 괜찮은데, 울산의 사라진 맛, 그리운 맛을 현재 시점에서 구현해 보자며 구하기 힘든 재료로 조리 과정을 보여달라거나, 기록과 인터뷰를 정리해 원고까지 작성해 주기를 당부하는 바람에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울산의 성장기를 이끌었던 지금 노년세대의 추억 속 ‘울산의 맛’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인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무릎을 탁 치게 할 만큼 나 자신 또한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터라 시간과 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지만 지역에서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소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울산음식문화연구원이 담당하는 사업은 소외계층을 위해 김장을 담가 나누거나 군고구마를 파는 자원봉사활동부터 울산 고유의 음식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알리는 등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울산의 옛 음식을 재현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큰 틀에서는 연구원이 지향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팔색음식문화대잔치’도 마찬가지다. 이 행사는 지난해 첫회 행사를 치렀고, 올해 두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는 레시피, 상차림, 관광, 맛평, 동영상, 책, 생활문화, 스토리텔링, 미식동호회 활동에 이르기까지 ‘음식’ 하나로 엮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영역에 집중한 결과 이를 매개로 울산을 알리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고민에서 도출한 것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다행히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속에서도 첫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고, 여세를 모아 올해 역시 더 나은 축제를 보여주고자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울산음식문화연구원이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바로 음식조리와 관련해 도시학, 인문학, 관광학을 접목한 교육사업이다. 우리 연구원이 영산대 교육연수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외식경영지도자’ 교육과정은 5월 개강을 목표로 현재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이 사업은 오랜 세월 음식조리를 해 보니 ‘음식은 맛이 가장 중요하다’는 불변의 기본진리는 지키되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새로운 갈증에서 비롯됐다. 온갖 매체에서 수년간 다뤄져 온 음식열풍은 미식에 대한 현대인의 식지않는 애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음식은 기본이고 그 외 또다른 무엇을 하나더 곁들인 플러스 알파 콘텐츠로 서서히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단순 맛품평으로는 더이상 사람의 입과 마음을 만족시킬 수 없기에 새로운 재료 내지는 역사적 사실을 하나 더 보강해 감동과 재미를 더하는 새로운 음식열풍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것이다.

신기한 점은 음식과 관련한 교육자, 소상공인, 노동자, 업주, 학생 할 것 없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우리 동종업계에 너무나 많다는 걸 확인했다. 각 지자체가 새로운 관광시대를 맞아 요식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요즘, 기존의 요식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새롭게 요식업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 모두 대중의 민감한 기호와 미식 트렌드, 외식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알려주는 교육의 장이 필요했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단순 위생교육 수준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으로 자부심을 높여주고, 교육수료 이후에도 교류가 이어지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무엇보다 모집공고를 보고 연구원으로 걸려 온 문의전화 중에는 요식업 종사자가 아니면서도 앞서 밝힌 교육과정 취지에 공감하며 수강신청을 하는 일반인이 적지않았다. 독서나 영화로 살펴보는 음식문화의 변천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궁합에다 실제 맛집탐방으로 품평까지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기대이상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았다.
교육사업은 1기 교육을 마친 뒤 하반기에 2기 모집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후원과 지자체의 지원이 더해져 해마다 상·하반기 연속으로 수강 열풍이 이어진다면 관련 교육사업은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평생교육, 사회교육, 실버교육 등의 형태로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춰 분화 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의 유통환경, 음식관광 등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이같은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삶을 지탱하는 대부분의 자양분은 음식에서 나온다. 도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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