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나무 꼭대기에 층층이 들어선 까치둥지를 볼 수 있다. 도시의 역세권 아파트가 인기가 있듯 새들에게는 ‘숲세권’이 살기 좋다. 까치는 나뭇가지나 철사 등을 물어 날라 전봇대와 전선 위에 둥지를 트기도 한다. 한전에서는 단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까치가 둥지를 트는 3~5월 까치집 철거 작업에 나선다. 둥지를 잃은 까치는 사라진 둥지와 품어온 알을 잊지 못해 한전 작업차를 끝까지 뒤따라간다는 애처로운 모습도 있다. 
둥지는 새가 안전하게 알을 낳아 품고 새끼가 떠날 때까지 살아야 하는 집이다. 둥지가 위협받으면 어미가 알을 적게 낳고 일찍 둥지를 떠나 독립하게 한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빨리 둥지를 버리는 게 부모와 새끼 모두 살아남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실패는 최악의 아파트 대란을 몰고 왔다. 로또 1등 당첨이 돼봤자 서울 아파트 한 채 사기도 버거워졌다. 울산 아파트 값도 1년 새 25% 급등했다. 집 없는 자의 설움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집 때문에 생긴 우울증 ‘하우스 블루(House Blue)시대’가 됐다. 온 국민이 지금처럼 ‘나의 집’ ‘나만의 공간’을 갈망한 적이 있었을까. 의식주 가운데 ‘주(住)’의 욕망은 인간의 매우 오래된 본능이다. 자기 집을 가지려는 사람을 욕해선 안 된다. 무소유(無所有)가 왜 속세에선 어려울까. 소유는 자유와 직결된다. 소유하지 말라면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얘기다. 
월세로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자기 집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다. 최근 취미로 캠핑카를 이용하는 ‘캠핑족’이 부쩍 많아졌다. 
살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되고 지역 우편번호조차 사라졌다. 남편도 떠나 보낸 중년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먼드)은 홀로 밴을 타고 노매드(nomad·방랑자)의 삶을 시작한다. 길에 나서서만난 노매드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품고 기약 없는 길 위의 삶을 이어간다. 올해 아카데미상 ‘3관왕’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제를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가슴을 울린다. 우리에게 집은 허상인가, 마음의 안식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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