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발견 50년을 맞은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에 대한 입체적이고 밀도 있는 정밀진단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울산시는 이번 진단을 통해 반구대암각화의 실질적인 훼손상태, 풍화 영향 및 공동(空洞) 등을 3D 첨단기술로 정밀 진단하게 된다. 이번 조사는 무엇보다 지난 2008년 반구대 암각화 3D조사 용역보고서와 2014년 반구대 암각화 암면세척 및 3D 실측조사 때와 구체적인 실측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울산 시민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 주변에 살던 선사인들이 자연 캔버스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에 고래·거북 같은 바다 동물, 사슴·멧돼지·호랑이 같은 육지 동물, 사람·배·작살·그물과 고래 잡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 등 300여점을 새겨놓은 인류사 최초의 자연도감이자 사냥기술 도록이다. 특히 고래잡이 암각화로는 단연 독보적인 유산이다. 인류 최초의 포경 유적으로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최근 들어 반구대암각화는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가지 측면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하나가 바로 보존 노력이다. 이는 지난달 환경부와 문화재청, 울산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연댐 물관리방안 토론회’에서 그 윤곽이 나왔다. 당시 토론회 자리에서 관련 기관들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진행 △반구대암각화 주변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추진 △침수 방지를 위한 사연댐 수문설치 구체화 및 관련 예산 확보 등을 합의한 바 있다. 암각화 보존방안을 둘러싼 부처 및 관련기관, 지자체간 합의는 발견 50년 만에 이뤄진 구체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상수원 보호와 식수확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울산시와 수자원공사가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에 전향적인 자세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합의에 도달한 것은 식수 문제에 대한 수자원공사의 유연성과 울산시의 전향적인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지난 50년간 반구대암각화가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제대로 밝혀내고 이를 통해 영구적인 보존방안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조치를 찾아내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밀조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번 조사가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더 이상 훼손이 없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사전 조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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