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혜택' 등장에…"우선 순위서 밀리며 조급해져"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학번'으로 1년 반 동안 대학생활을 전혀 누리지 못했는데 모임제한 해제 등 각종 백신 인센티브에서도 제외된다고 생각하니 억울해서요."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 장모(21)씨는 하루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싶은 마음에 11월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를 낼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올여름 중으로 고3과 수능 수험생 대상 접종을 마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백신 접종 혜택을 기다리는 20대들은 대부분 우선순위에서 밀려 가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씨는 6일 "편입시험을 볼까 고민하던 차여서 차라리 수능을 보는 게 일찍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로 반수를 고민하는 친구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도 "점수 상관없으니 응시료 내고 백신이나 맞자", "20대라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 못 맞는 게 억울했는데 수능 보면 되겠다" 등 글이 올라왔다.

교육당국이 'n수생' 접종 수요를 7월 초 접수가 끝나는 9월 수능 모의평가 명단을 중심으로 파악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평에 응시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백신을 위해 응시하는 이들과 '진짜 수험생'을 교육당국이 가려낼 방법은 마땅치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모의평가가 n수생들을 가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기에 응시자 명단을 바탕으로 접종자를 추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금전적 여유가 있는 20대들은 관광객에게도 백신을 접종해주는 국가를 방문해 백신을 맞고 돌아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친오빠가 미국 유학 중인데 백신도 맞을 겸 다음 달에 부모님과 얼굴 보러 가려고 한다"며 "20대는 빨라도 백신을 가을에나 맞을 수 있을 것 같고, 화이자나 모더나 공급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알래스카주는 침체한 관광업을 살리기 위해 이달 1일부터 만 12세 이상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미 알래스카 현지의 한인 여행사들은 한국인 여행객을 위한 백신 관광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 몰디브 정부도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는 관광객에게 입국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전모(29)씨는 "신혼여행을 아직 못 갔는데 항공사들이 괌 등 주요 휴양지 운항을 재개할 거라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바빠진다"며 "한국 돌아와서도 접종 증명만 인정만 된다면 '백신 관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해외로 '접종 원정'을 떠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행 중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어도 정부의 치료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나 여러 이유로 해외에서 백신을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접종 계획대로 조금 기다려주시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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