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 건물 활용해 
국립현대미술관·이건희 미술관 유치해야
예산 부담 덜고 연내 개관 가능해 큰 이점

 

김형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유가족이 국가에 기증한 소위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미술관 건립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검토에 들어가자 6월 2일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창원, 진주 등 14곳의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의사를 밝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 2,500억원을 전액 지원할 것과 아울러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도 제안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치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렇게 서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미술관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건희 미술관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생산유발효과 7,482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201억원, 그 중 매년 방문객 소비지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만 1,2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 효과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2,500억원을 들여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울산시는 내년에 계획 중인 이건희 컬렉션 전국순회전시에 울산시립미술관에서도 이 전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했을 뿐이다. 울산시의 미술관 담당자가 지역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울산시립미술관은 아직 개관준비 중이라 대표미술관으로 등록되기 전이고, 이건희 컬렉션 목록 속 작고작가와 연관된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컬렉션 기증이나 미술관 유치는 추진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만일 조선소도 없고 이전에 배 한척 만들어 본 적 없는 울산에 현대중공업을 세워서 세계적인 조선소로 키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님께서 이것을 알았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지레 못 한다고 손사래 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그 분은 늘 하셨다. 있지도 않은 조선소에서 만들 배를 제시하고 선주를 구하고, 이렇게 수주한 것을 들고 해외 은행에서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돈을 빌렸다.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 조선산업의 가능성을 믿어 달라고 했다는 것은 울산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이다. 그때의 조선소 건립여건이 지금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여건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울산은 이런 어려운 여건하에서 어떻게 하면 다른 지자체들과의 경쟁을 물리치고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을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다른 지자체들은 제시할 수 없고, 정부와 울산시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행히 울산은 마치 이때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한 것처럼 운좋게 올해 12월에 개관할 수 있는 시립미술관을 짓고 있다. 이 시립미술관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울산관’으로 유치하여 이건희 미술관으로 사용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지방에 유치한 대표적인 사례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다. 

그렇게 되면 울산은 ‘국립현대미술관 울산관’과 ‘이건희 미술관’을 동시에 유치하는 결과가 되고, 이울러 울산시는 앞으로 미술관 운영과 소장품 수집에 대한 예산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위한 예산확보 부담을 덜고 동시에 올해 안에 이건희 미술관을 개관할 수 있게 되는데, 정치적으로도 현 정부 임기안에 미술관을 개관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금부터 미술관 건립예산수립작업을 시작해도 실제 예산확보와 건축시작은 내년부터나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미술관 개관은 내후년에나 가능하므로 이것은 전국의 어느 지자체도 따라할 수 없는, 울산만이 제시할 수 있는 제안인 것이다. 

“이봐, 해 봤어?”라는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유명한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김형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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