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영 시인 ‘소리’ 육필원고. | ||
소리
벌써
여러 번
어둠을 뚫고,
고요에
이마를
부딪치는
열매가
있다
●지금은 좋은 때, 꽃 떨어진 자리마다 봉긋봉긋 뽀얀 젖꼭지 내밀었던 과일나무. 어느새 초록 구슬이 되어 톡 톡 톡 개구쟁이 놀이를 한다. 그 초록 열매들 멀지 않아 살구가 되고 매실이 되고 복숭아가 되고 단감이 되고 먹음직스러운 풋사과가 될 것이다. 그놈들 소리 소문 없이 또랑또랑 노는데 한창 정신이 팔려 하늘 맑은 줄 모른다.
●시인·북디자이너 유재영(柳在榮·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박목월 시인에게 시를, 이태극 시인에게 시조를 추천 받아 등단. 시집 『한 방울의 피』, 『지상의 중심이 되어』. 시조집 『햇빛 시간』, 『절반의 고요』 외 다수. 오늘의시조문학상, 중앙일보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펜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현재, 도서출판 「동학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