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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통 물놀이 문화 ‘천렵(川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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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21.07.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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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농경이 ‘주생활’ 우리나라 유일 여름철 놀이 ‘천렵’ 
물고기 사냥·조리팀 역할 나눠 즐기며 더위 이겨
궁핍한 살림살이이지만 화합·협동으로 우애 다져  

한 여름 뙤약볕에도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성한 풀숲 냇가 오목한 곳을 찾아 자갈로 얼기설기 보를 만들어 놓고. 여귀 풀을 돌로 찧어 물에 풀어내면 얼마 후에 버들치, 미꾸라지 등 잔 물고기들이 비실거리며 물가로 나온다. 어쩌다 손바닥만 한 붕어가 튀어나오면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보 안에서 첨벙첨벙 난리를 친다. 

또 한 무리 아이들은 도랑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대 바구니, 채, 족대 등을 이용해 물고기 잡는 놀이를 하는데, 물고기 잡기보다 물에서 노는 재미가 더하니 얼마나 유쾌한가. ‘물가에 나가는 자식’을 향한 아버지 무서운 불호령은 요즘 코로나 공포보다 더 무서워도 아이들은 자유를 위한 일탈로 막무가내다. 아직도 어느 시골 아이들 천렵 놀이 풍경일 것이다. 
인간 고대 문명이 일어난 곳에서는 일찍부터 논밭을 갈아 농사짓는 일을 중심으로 정착 생활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조상들은 산 짐승이나 가축만으로 의식주 해결을 할 수 없었으므로 농경이 주생활 수단이었다. 사냥에 의한 육식은 사냥꾼이나 특정인들 차지었고 가축은 재산목록 가치여서 집안 대소사 때 중요한 수입원이니 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손바닥만 국토에는 맑은 강과 내천이 지역마다 수량이 풍족해서 민물고기가 흔했다. 또 삼면이 바다인 바 바다고기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었다.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기고 가을걷이 농작물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치면 여름이 오기 무섭게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삼복더위 염천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뿐더러 각종 전염병이 허기진 백성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조상들은 주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옹골찬 지혜로 더위를 찾아 나선다. 더위와 싸울 무장을 하고 여름을 즐기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천렵을 하고, 어른들은 농사 말고 유일한 여름 놀이로 천렵을 마을행사로 삼기도 한다. 점잖은 양반네들이 숨어서 하는 탁족 모임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유쾌한 물놀이 이다. 
어른들은 천렵할 모의를 하고 역할을 분담한다. 매운탕, 어죽을 끓일 때 넣을 야채, 양념 등과 솥이나 냄비, 그릇 등 그리고 고기 잡는 도구로는 그물망, 어항, 족대 등과 불쏘시개이며 때에 따라 소나기에 대비해 갑바천도 준비한다. 개천가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면 간이 주방을 설치하면서 준비물 점검을 하다보면 꼭 뭐가 하나 빠져 있다. 그래도 즐겁다. 하다보면 다 해결된다. 화부팀은 솥을 걸고 나무가지를 구해 미리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물고기사냥 기술자들이 활약한다. 
폭이 좁은 개울이나 계곡 같으면 적당한 지점 아래 위를 정해 ‘보막이’를 한다. 그 안의 물을 퍼내는 방법이다. 족대팀은 수풀 포인트를 찾아 족대 잡이가 족대를 조심스럽게 펼치면 그때다 싶어 위에서부터 소리를 지르며 수풀을 마구 밟아댄다. 상류로 올라간 투망팀에는 실력에 의한 엄격한 서열이 있다. 아무리 친해도 사수가 있고 부사수 조수로 나뉘어서 함부로 투망질을 못한다. 어쨌든 반나절 쯤 되면 개울은 환호와 탄성이 섞여 웃음으로 천지가 유쾌하다. 
어항에는 피라미, 불거지, 버들치 등 투망에는 꺽지, 틈바위, 붕어, 빠가사리 등 보막이팀과 족대팀에는 미꾸라지, 메기, 붕어, 모래무지 재수있으면 뱀장어도 걸린다. 각 팀들이 수확한 물고기를 내 놓으면 조리팀이 발동한다. 물고기 종류별로 매운탕, 어탕, 튀김꺼리로 분류하고 조리가 시작되면 솥에서 끓는 소리와 구수한 탕 냄새가 배고픈 창자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천국은 없다. 동무들이 있고 재미있는 놀이, 걸쭉한 매운탕이 있으니 ‘농업 노동요’가 절로 나온다. 비록 궁핍한 살림살이지만 천렵을 통해 화합과 협동으로 우애를 다지는 공동생활에는 언제나 쾌설의 즐거움이 있으니 여름날 천렵은 전통 민속 놀이문화이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사월령 내용이다. ‘앞내에 물이 주니/천렵을 하여보세/해 길고 바람 잔잔하니/오늘 놀이 잘 되겠다/벽계수 백사장을/굽이굽이 찾아가니/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봄빛이 남았구나/그물 어망 둘러치고/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너럭바위에 노구 걸고/솟구쳐 끓여내니/팔진미 오후청(五候鯖)을/이 맛과 바꿀소냐.” 그리고 청나라 문학인 김성탄의 ‘쾌설삼십삼칙’을 다산선생이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으로 정리할 때 우리 ‘천렵문화’ 감탄 설을 구절에 더했다면 그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었겠나. 

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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