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두 선수가 겅중겅중 뛰면서 변죽만 울리다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태권도가 재미있나?”라고 묻는다면 “재미없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다. 전자 호구를 도입한 뒤 파워 넘치는 플레이보다는 센서를 터치하는 잔기술로 점수 따기에만 몰두하는 경기 방식이 태권도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국기’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한국의 ‘메달 박스’로 떠올랐다. 역대 올림픽에서 남녀 8개 체급 대부분을 석권하면서 양궁 못지 않은 효자 종목이 됐다. 
그런데 올해는 2000년 이후 첫 ‘노골드’로 막을 내렸다. 종주국 한국이 상대에게 대책 없이 전력을 완전히 간파당한 결과다. 그나마 울산 옥동중·효정고를 졸업한 이다빈(서울시청)이 67kg 초과급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내 위안이 됐다. 이다빈은 태권도 4개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은 아쉽게 뒤로 미뤘지만 부상 투혼으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는 금메달 총 8개를 7개국이 나눠가졌고 21개국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태권도는 12개 이상 국가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스포츠 약소국들은 한국 사범을 영입해 태권도를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이 소식을 전하면서 태권도가 메달 획득이 어려웠던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210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에 가입했다. 태권도는 명실상부 글로벌 스포츠다. 실력도 평준화 되고 있다. 매 대회 돌풍을 일으키는 국가가 있다. 이번에도 태국, 우즈베키스탄, 크로아티아 등이 부상했다. 반대로 한국의 금메달 수는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유도 종주국의 면모를 유감 없이 뽐냈다. 태권도 보다 훨씬 빨리 세계화를 이룬 일본 유도가 변함 없이 최강국으로 군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전력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는 점이다. 박진감이 떨어져 팬들이 외면하고 있는 태권도. 거기다 종주국의 위상까지 흔들린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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