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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기술 그리고 디자인 <5> 빨래건조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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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차중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 승인 2021.08.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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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심화·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2016년 이후 확산
에어벤트·콘덴싱·히트펌프 등 세가지 방식으로 작동되지만
태양열 활용 건조 방식도 고려…기후변화 시대에 희소식

대기오염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 못볼까 서글퍼져
 

김차중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아시아 지역에서 세탁기는 폭넓게 보급돼 있으나, 빨래건조기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느린 편이다. 이 지역에서는 공중보건이 사회적 이슈라 빨래를 집 밖 햇볕 아래 널어 말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좁은 주택 구조와 문화적인 차이, 그리고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이 보급이 더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자회사였던 종합열기기 전문업체 린나이가 1990년대 초 가스로 작동되는 빨래건조기를 국내 최초로 시판하게 된다. 이후, 금성사(현, LG전자)가 2004년에 빨래건조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에서 빨래건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6년 이후의 일이다. 이 시기에 1인 가구와 같은 새로운 가구 형태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그리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빨래건조기 보급 확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빨래건조기의 내부는 의류를 담는 드럼통, 건조 과정에서의 수분을 모으는 물통,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물질과 먼지를 거르는 필터, 건조로 인해 습하고 뜨거운 내부 공기를 냉기와 접촉시켜 열을 방출하는 열교환기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크게 에어벤트(열풍배기방식), 콘덴싱(열풍제습방식), 히트펌프(저온제습방식) 세가지 방식으로 작동된다. 
에어벤트 방식은 공기를 데워 의류를 말리고 이때 발생된 습기와 먼지를 건조기 외부로 배출시킨다. 
콘덴싱 방식은 에어벤트와 같으나 습기와 먼지를 빨래건조기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특히, 발생된 열을 배출시키는 대신 내부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전기요금이 덜 더는 잇점이 있다. 

히트펌프 방식은 에어컨과 같이 냉매를 사용하지만 에어컨의 작동원리를 반대로 적용한 것으로 뜨거운 바람 없이도 습기만 빨아들여 옷감 손상이 적고 제일 전기가 덜 먹는 장점이 있다. 
빨래건조기는 열을 내는 에너지원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전기를 쓰느냐, 도시가스를 쓰느냐에 따라 그 특성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2016년 전기요금 할증제가 완화되고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면서 전기식 빨래건조기가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참고로, 가스식 의류건조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빨래를 빠르게 건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가스배관 설치비용이 들고 옷감이 전기식에 비해 잘 상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 세탁기와 빨래건조기 광고를 보면 두개가 분리돼 일이층으로 쌓여있다. 좁은 거주공간을 고려하면 세탁과 건조가 동시에 가능토록 한대로 되면 더 좋을 거 같은데 말이다. 그러한 세탁과 건조를 통합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일체형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기술적으로 빨래건조기의 성능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눈높이까지 맞추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전통적인 빨래건조기 가전업체들 조차 일체형을 만들지 않는 것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빨래건조기는 특히 털이 잘 빠지는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사용자들에게서 점점 많이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살다 보면 침구와 옷에 늘 고양이 털이 수북이 붙어 있다. 고가/고효율의 유명한 진공청소기를 구입해 사용해봐도 구석구석 숨어있는 털들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일매일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쉬는 날 빨래를 몰아서 하는 날이면 많은 옷들을 거실에 널어야 해 더욱이 털들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하니 빨래건조기가 털 달린 반려동물인들에게 진정한 삼신가전인 것이다. 
미래의 빨래건조기는 초음파, 전자파 등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것들이 등장해 한편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동시에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는 빨래건조기가 곧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의류의 옷감들 또한 스마트해지면서 먼지가 덜 나오고 건조가 덜 필요하게 되면 빨래건조기의 기능과 사용자경험 또한 새롭게 디자인 돼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빨래건조기가 열을 이용해 건조를 하는 만큼 아무리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광고를 해도 에너지 친화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선조가 햇볕에 빨래를 널듯이 태양열을 활용해 새로운 건조 방식들도 기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하니 기후변화의 시대에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집들은 좁고 불편한 다용도실에 세탁기를 몰아넣고 빨래가 끝나면 거실에서 빨래를 널브려 놓고 말리고 개고….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세가지 요소 의식주 중에 ‘의’를 관리하는 공간에 대해 사실 우리는 너무나 박하다. 빨래건조기가 지금은 세탁기가 놓인 다용도실 같은 공간에 동거를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세탁과 건조를 위한 공간과 드레스룸이 통합된다면 옷을 벗고 샤워하고 그 옷을 샤워실 옆의 통합된 공간에서 빨고 건조하고 옷장에 잘 걸 수 있다면 그것도 바쁜 우리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주방에 세탁기와 빨래건조기가 함께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음식/요리 냄새와 세탁/건조 행위는 사실 서로 대립되는 이모션이라 사용자경험 측면에서 나쁜 조합이다. 
이러한 현실과 다르게 우리는 자주 영화 속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아래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그 장면들 속에서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긴 빨랫줄에 몸을 맡긴 채 바람에 흩날리는 옷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 
하지만, 현실은 오염된 대기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그런 위안은 상상으로만 그친다. 스페인, 이태리, 포르투갈과 같은 남유럽 여행을 할 때면 그곳 사람들의 집 창가 그리고 집들 사이로 널려있는 빨래들이 바람에 아름답게 날리고 있다. 서유럽 사람들이 혐오했던 이런 풍경은 사실 ‘여유’와 ‘평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하다. 
빨래건조기가 삼신가전으로 불리고 그것으로 인해 삶이 더 편리해지고 있다지만,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미래에 더이상 화창한 햇살아래 바람에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빨래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서글퍼지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감상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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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중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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