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촌산불 진화 중 헬기추락 사망 1년 6개월 만에 

인사혁신처 "공무수행 중 사망 인과관계 성립"

유족, 지난 4월 본지 보도 계기로 절차 진행

"아이들에 명예로운 아빠로 남을 수 있게 돼 감사"

 

▷속보=작년 3월 울산 울주군 웅촌 산불진압 도중 헬기추락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헬리코리아㈜ 소속 故 최성호(당시 47세) 부기장이 마침내 국가로부터 ‘순직(殉職)’을 인정받았다.
본지가 ‘민간헬기 조종사 순직 처리 늑장 왜?’(2021년 4월 28일자 1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제를 지적한 지 5개월여 만인데, 민간헬기 조종사 중 순직을 인정받은 ‘국내 첫’ 사례여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화재진압 도중 사고로 숨지는 민간헬기 조종사가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간 소방공무원에게만 적용됐던 화재진압 순직 인정이 민간 영역으로 확산되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4월 故 최성호 부기장의 유가족이 신청한 ‘공무수행사망자(비공무원) 인정 청구서’에 대해 지난 7월 22일자로 가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사담당관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심사를 통해 故 최 부기장 유족을 ‘위험직무 순직 유족’으로 인정했다”며 “소방공무원이 아닌 민간헬기 조종사이지만, 산불진압을 위해 담수작업을 하던 중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고, 이는 ‘공무수행’ 중 목숨을 잃은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기장은 화재진압 도중 숨진 민간헬기 조종사 중 순직을 신청한, 그리고 순직이 인정된 최초 사례다.

현행 공무원재해보상법 제5조에서는 화재진압, 인명구조, 긴급출동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경우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최 부기장의 신분이 소방관이었다면 별도의 절차 없이도 당연히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헬리코리아㈜ 등 민간헬기 운영사 소속 조종사의 경우 순직을 인정받으려면 유가족들이 별도의 절차를 밟아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마저도 원래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이상 순직을 인정받을 길이 원천봉쇄됐었는데, 지난 2018년 ‘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으로 길이 열리게 됐다.
법개정 이후 최 부기장처럼 공무수행 중 사망한 민간 조종사의 유가족은 산업재해 사망 결정문을 첨부해 해당 지자체에 ‘공무수행사망자 인정 청구서’를 제출하고, 이후 지자체가 이 청구서를 인사혁신처에 접수하는 식으로 순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부기장의 유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올해 4월, 본지 보도를 통해서야 확인해 절차를 밟으면서 순직 처리가 이제서야 이뤄지게 됐다.
앞서 유가족은 지난해 3월 최 부기장의 장례 직후 회사, 울산시, 행정안전부, 공무원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에 절차를 문의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인사혁신처에 문의해보라”거나 “산재사망 결정문이 있으면 순직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 헬리코리아㈜는 처음부터 “헬기사고 원인을 가리는 조사가 끝나야 신청할 수 있다”며 잘 못 안내했다.
즉, 민간헬기 운영사는 물론, 정부부처, 관련 기관, 지자체조차 이런 제도개선에 대한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사담당관은 “이번 순직 심사는 사고원인 조사와는 상관없이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명시된 ‘산재사망 결정문’을 근거로 진행된 것”이라며 “헬기에 결함이 있건, 없건 그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보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 이후 자체 홈페이지를 개선했고 관계 기관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망인 이윤경(43)씨는 “이제서야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늦었지만 이번 순직 인정을 계기로 아이들이 아빠의 부재를 떳떳하고 명예롭게 생각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최근까지도 수많은 민간헬기 조종사들이 화재현장에서 운명을 달리했지만 누구도 순직 인정 신청을 하지 않았던 만큼 이 제도가 널리 홍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 최 부기장은 초속 12m~20m의 강풍이 불었던 지난해 3월 19일, 웅촌면 대복리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당시 최 부기장은 10여차례 산불진화를 수행했는데 바닥난 물을 채우기 위해 인근 회야저수지로 향했다가 헬기가 수면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실종 26시간 만에 수중 8m지점에 추락한 헬기에서 주검으로 구조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사고헬기의 제작사(미국) 조사단과 합동으로 사고 헬기 잔해를 정밀조사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로 조사단 국내 방문일정이 계속 지연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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