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면이 공장으로 둘러싸여있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산성마을’  
 

힘들게 가꾼 농작물 ‘산성’ 마을 이름 때문에 거부...
연이어 발생된 공장 누출로 매일 밤 ‘불안’
공무원도“살 곳 아닌 곳에 살게 해서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우리는 울산 시민 아닙니까”, “제발 우리를 이곳에서 쫓아내주세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그 속에는 사면이 공장으로 이뤄진 마을이 있다. 30년 이상의 세월을 공장 울타리 밑에서 살아온 울산 울주군 온산읍 산성마을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공장에 둘러싸인 채 소, 돼지우리보다 못한 곳에 방치되어 있다.

   
 
  ▲ ▲ 주민들에게 ‘온산병’ 피해를 입힌 뽀얀 공해  
 

1973년 온산 국가 공단이 고시된 후, 1989년 산성마을 주민들은 이주 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만 포함될 뿐 농토는 해당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들은 유일한 생업이었던 곡창을 지키기 위해 이곳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아버린 약 25가구. 제작진은 산성마을을 찾아가 공해로 둘러싸인 마을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명 수십 년간 먼저 살아왔지만 그들은 뒤늦게 지어진 공장들이 내뿜는 공해에 짓밟히고 있었다. 마을 입구만 들어서도 들리는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뽀얀 매연. 산성마을 이주대책위원회 위원장 엄재환(68) 씨는 7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는 “소음공해와 악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 돼지, 소 우막보다 못한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상세히 설명했다. 마을을 둘러 싼 공장들이 그들의 삶 곳곳을 파괴해버렸다.

   
 
  ▲ ▲ 70여 년간 이곳에서 살아 온 산성마을 이주대책위원장 엄재환 씨  
 
   
 
  ▲ ▲ “쫓아내달라”며 한 없이 이주를 기다리는 산성마을 주민들   
 

이곳에 살던 주민의 절반은 한 평생 공해만 마시다 폐렴, 천식으로 죽어갔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은 ‘온산병’이다. 이는 일본의 공해병인 ‘이타이이타이병’에서 유래된 것으로 공해로 인한 고통을 나타내는 처참한 단어다.
공해 때문에 몸이 성치 않아 매일 병원을 다니고 있는 산성마을 이장 김채화(85) 씨. 그는 “이곳에 계속 있으면 목안이 붓고 아프고 메슥거린다”며 목을 매만졌다.
지난 7월 인근 공장에서 당시 탱크에 저장된 염산 5.5t 가량이 누출됐다. 약 5시간동안 창문을 열어둔 채 잠든 주민들은 고스란히 피해 입었다. 그리고 마을 주민 9명은 병원에 이송되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시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장 김 씨는 염산 때문에 말라버린 농작물과 나무들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눈에 봐도 새빨갛게 시들어버린 나무 그리고 말라버린 열매. 소중한 농토를 지키려 남아있었던 사람들은 이제 농작물과 함께 말라가고 있다.

   
 
  ▲ ▲ 산성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장 옆 지하수  
 

그래도 유일한 생업이기에 계속해서 가꿔나가는 농작물. 하지만 ‘산성’이라는 두 글자 때문에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산성마을 부녀회장 정창희(73) 씨도 시장에 앉아서 농작물을 팔고 싶다. 하지만 “‘산성’이라는 게 알려지면 안 팔리기에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고 마을로 돌아온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힘들게 지은 농작물을 마음 편히 내다 팔 수 없어 반값만 겨우 받아내는 현실. 들으면 들을수록 안타까운 ‘산성마을’ 이야기.
이주대책 위원장 엄 씨는 “가장 기본적인 식수 또한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다.”며 우리도 울산 시민이라고 외쳤다.
상수도를 받아먹지 못해 공장 인근에서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마을. 함께 확인해 본 지하수는 한 눈에 봐도 식수로 사용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엄 씨는 “관정 옆에 공장이 있으니 물이 오염 안 될 수가 없다”며 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마을 주민들을 설거지, 빨래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마시는 물은 전부 사서 마시고 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마음 편히 맑은 물을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 ▲ 염산 누출로 인해 새까맣게 말라버린 농작물  
 

천금자(78) 씨는 마을을 방문한 지자체 관계자가 ‘살 곳 아닌 곳에서 살도록 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며 지금이라도 주민들을 살려달라며 소리쳤다. 이미 너무나 긴 세월을 방치된 사람들. 이주대책 위원장 엄 씨는 “이미 많은 지자체에 우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관료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통 속에서 꺼내달라는 사람들. 그들은 매일 그곳에서 소리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할 때이다.
이 기사는 울산매일 UTV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iusm009)과 공식 홈페이지(www.iusm.co.kr)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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