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민 울산경제진흥원장

여당 유력 대선후보가 내세우는 ‘부분 기본소득’
튼튼한 사회서비스·노동권에 더 많은 질문 필요
조화로운 사회 위해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 필수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은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인가 아니면 국가가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실질적 자유를 누리게 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 사회를 지향하고 그 이전에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 데 따라 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토지배당, 국민배당, 공공배당, 사회배당 등으로 불리며 조지프 샤를리에, 존 스튜어트 밀, 버트런드 러셀,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토빈 등의 다양한 성향의 정치, 경제학자가 주장했다. 
예를 들면 버트런드 러셀은 1918년 ‘자유로 향하는 길’에서 생계에 충분한 소득을 모든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1962년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음의 소득세’를 주장했다. 토빈세 주창자인 제임스 토빈은 최소 보장 소득인 데모그랜트(demogrant)를 주장했는데, 1972년 아메리카합중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조지 맥거번의 대선 강령에 이 데모그랜트가 담기기도 했다. 
기본소득은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가치가 낮아지고 이로 인한 실업의 증가 △노동 생산성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사람 하나하나의 생산성보다는 자본의 축적과 투입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며, 성공한 소수 계층에게 집중되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 △여러 나라에서 선별적 복지를 시행하고 있지만, 완벽한 선별이 어려워서 부적격자가 허점을 파고들어 부당한 혜택을 취하거나, 복지가 정말로 절실한 사람들이 오히려 사각지대에 방치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해결하기 위한 복지 체계 설립, 행정력 소모와 비용 지출 △선별적 복지나 지방 할당제, 여성 할당제 같은 결과에 대한 평등이 아닌 기회에 대한 평등을 제공함으로써 차별 없는 공정 사회를 이룩함 등의 여러 이점이 있다. 
한편 기본소득 반대론은 기본소득이 기대고 있는 전제를 공격한다. 먼저 부자들도 기본소득을 통해 급여를 받을 때 납세의 유인이 높아진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이 주장은 사회보장의 기존 합의를 후퇴시킨다고 한다.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전체가 완전히 줄어든다는 결론은 성급하며,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기보다 나쁜 일자리를 참을 만하게 만드는 ‘저임금의 보충수단’으로 전락하리라는 것이다. 또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을 비판하며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정부가 ‘참여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한다. 
기본소득은 크게 완전 기본소득, 범주형 기본소득, 공공부조형 기본소득, 부분 기본소득 네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완전 기본소득’은 국가가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실질적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나 연간 수 백조원이 넘는 재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비판을 넘어서기 어렵다. ‘범주형 기본소득’은 청년 기본소득, 노인 기본소득, 농민 기본소득처럼 특정한 연령대나 집단 등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소득을 주는 것인데, 아동수당이나 양육수당, 장애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부조형 기본소득은 공공부조와 똑같이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부분 기본소득’으로도 부르는 ‘소액 기본소득’이다. 
‘부분 기본소득’은 유력한 대선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선 연 20만원부터 50만원까지 몇 년에 걸쳐 규모를 늘려가며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 뒤, 중장기적으로 연 수백만원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 연 20만~50만원을 주는 초기 연간 재정부담은 10조~25조원에 불과해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 이유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만연하게 발생시킨 시장의 실패와 빈곤이라는 최종적 위기 국면에도 전혀 작동하지 않은 사회보장제도의 실패라고 한다. 이 런 실패를 극복하는 것은 중대한 과제지만, 소득 보충은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의 한 축에 불과하며. ‘동일한 현금’을 넘어 포용적인 소득 보장과 무상 혹은 누구나 지불 가능한 수준의 주거, 의료, 교육, 교통, 돌봄을 비롯한 튼튼한 사회서비스 그리고 모든 이들의 노동권과 생태적 삶을 향한 길을 위한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빈곤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라는 덫을 해체하는 것, 단지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김연민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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