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2022년 1월 27일자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지역 노동계와 경영계가 일제히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노동계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가 급성 중독으로만 한정된 점과 법령에 대한 점검을 민간 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안전의 외주화 금지 요구 거부를 두고 사실상 경영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고, 경영계는 경영책임자 의무 모호, 과도한 처벌 우려 등으로 인해 유예기간과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되도록 한 법으로,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 제정안은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은 지난 7월 12일∼8월 23일 입법 예고 기간 노사 양측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날 확정됐다.
중대재해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중대 산업재해로 규정했는데 시행령 제정안은 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화학적 요인에 의한 급성중독을 포함한 24개 항목을 명시했다.
노동계가 직업성 질병에 포함할 것을 요구해온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가 급성 중독으로만 한정돼 과로나 직업성 암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야 경영 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되고, 식물인간으로 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계속 되는 것”이라며 “법령에 대한 점검을 민간 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안전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요구도 거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참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없고, 위험성 평가 미 실시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에 대한 노동부 감독과 처벌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5인 미만 적용 제외 등을 포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사업주 강력 처벌 등을 요구하며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울산본부도 “껍데기뿐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으로는 매년 2,000여명이 죽고 10만여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노동현장의 안전보건을 개선할 수 없다”면서 “한국노총은 모법과 시행령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경영계도 시행령을 반대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제계는 시행령안 입법예고 당시 중대재해 정의, 의무주체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의 법상 모호한 규정들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입법예고 당시 내용이 그대로 확정돼 산업계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행령 만으로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완입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소상공인연합회 최기만 회장은 “이번에 확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하지말라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다”며 “업종의 특성상 재해가 다른 사업장에 비해 날 수 밖에 없는 곳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들은 재해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노동자 부주의로 발생하는 부분들은 사업주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중대재해도 막고 기업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처벌이 아니라 기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행령 제정안에 따라 중대산업재해로 형이 확정된 사업장은 그 명칭과 재해발생 일시·장소, 피해자 수, 재해 내용·원인 등을 관보와 고용노동부 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1년간 게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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