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 문화도시지원센터 김현경 총괄코디네이터  
 
   
 
  ▲ 작당모의 사업을 진행중인 해송숲보존회 팀이 송정동 딴봉마을 산책로에서 소나무숲 낙엽긁기 활동을 하고 있다.  
 
   
 
  ▲ 지난 6월 진행된 네트워크 창의파티.  
 
   
 
  ▲ 지난 9월 '청년, 지역과 함께하는 삶' 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 24차 라운드테이블.  
 

지난 30년간 쉴새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주민주권 정신을 담은 새 지방자치법이 2022년 시행, 자치분권 2.0 시대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토대를 마련했다면 이제는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패러다임이 변경되는 변곡점인 셈이다.

행정과 지방의회의 권위 대신 그동안 자치분권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던 주민들 개개인의 삶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주민 주도형 자치분권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법제가 잘 갖춰진다고 해도 이를 운영할 지역 주체들의 자치의식과 역량이 함양되지 않으면 풀뿌리 자치 기반은 다져질 수 없다.

새로운 자치분권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여 지방행정과 지방의정 참여 욕구를 증대시키고, 지방자치의 주역으로서 내생적 개발의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주민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의 거버넌스 혁신을 이루고, 지방 정부가 주민의 다양한 참여제도 도입과 풀뿌리 시민단체 지원 강화로 뒷받침할 때 진정한 지방자치 2.0 시대의 막을 열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 내 손으로 지역의 혁신을 이끌며, 현안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동적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에서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지역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낸 선제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울산에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인위적인 지역 홍보 대신 천천히 주민과 함께

‘시민주도형’ 상향식 풀뿌리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문화로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실천적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와 행정, 경제 분야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강릉시가 추구하는 문화도시는 전문가와 지자체장이 만들어내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나미(천천히, 여유롭게) 강릉’ 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조금 느리고 천천히 갈지라도 시민들의 일상과 지역 특징을 녹여낸 ‘고유성’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민 중심 거버넌스인 ‘문화민회’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계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물론, 시민이 주도적으로 현안을 제안하며 사회 전반의 문제를 토의해 나가는 등 지역 전반에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민회는 현재 1,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밴드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가입방법도 간단하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손쉽다.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의제로 던질 수 있고, 댓글 등을 통해 참여를 신청하면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현안들을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방식이다.

지방자치, 자치분권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멀게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부드럽게 접근해 실천하는 창구가 된 셈이다. 정치·행정분야에서는 자칫 까다로울 수 있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문회민회가 중심이 되는 상향식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강릉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와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하향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여타 지자체와 달리 시민들이 활동하는 ‘문화민회’를 먼저 조성하고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문화민회의 대표성을 갖는 시민이 추진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선 시민활동 결집을 시작으로 2019년 ‘문화민회’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 이후 문화도시추진위를 구성한 시민 중심 거버넌스 체계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 ‘네트워크 창의파티’, ‘작당모의’ 등의 시민 주도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처음 마련된 장은 ‘라운드 테이블’이다. 시민들이 관심있는 지역 문제 등을 테이블에 올려 자유롭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 문화도시 참여를 이끌어냈고, 이는 문화도시 실천 전망을 함께 논의하는 ‘문화도시포럼’으로 이어졌다.

문화도시 사업 중에서도 시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작당모의’가 눈에 띄는데, 본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불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기존대로 특정예산을 일률 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민들이 예산 설계와 집행 등을 직접 짜며 책임성을 높일 뿐 아니라 예산 낭비도 방지할 수 있다.

시민자율예산제로 세 사람 이상이 모여 기획한 사업계획을 심사해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간하고, 강릉의 자연을 활용한 야외 힐링, 전통주 빚기, 숲과 바다 청소하기 등 다양한 사업을 직접 이끌고, 참여하며 때로는 주최자로 또 참여자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들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들을 쌓아 나가고 있다.

문화를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서 직접 피부에 닿는 일들을 시민들의 손으로 가꾸어 결과적으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작당모의 사업이 마무리되면 성과공유회와 전시회 등도 개최된다.

이와 함께 시민과 예술가 간의 만남과 교류를 확대하는 ‘네트워크 창의파티’, 지역탐방프로그램 ‘시나미찬찬’, 공간을 거점으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오방’ 등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시민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문화역량을 키우고 있다.



#비전에 대한 공감 형성되면 주도적 참여 늘어

강릉시 문화도시지원센터 김현경 총괄코디네이터는 “문화도시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직접 활동을 통해 나온 구체적 대안들이 받아들여지고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문화도시가 가진 도시 비전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도 주민공청회 등 공공의 영역에서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지만, 자신의 의견이 실제로 정책이나 사업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한 사례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비전에 대한 공감이 늘어나면서 주도적 참여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총괄코디네이터는 창립 1주년을 맞은 문화 민회 활동에 대해 “1기 운영위원회는 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인큐베이팅을 통해 성장해온 측면이 강했다”며 “지난 9월 발족한 2기 운영위원회는 좀 더 강한 구심점을 가지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문화민회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정책 사업으로서 문화도시를 넘어서는 도시문화를 만드는 데 더욱 다양한 워킹그룹과, 사업들이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5년 이후에도 도시의 미래는 시민이 이끌어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공공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많은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체적 시민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긴 호흡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며 “ 시민 주도 플랫폼은 더디게 형성된다. 천천히, 그러나 끈기 있고, 단호하게 시민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동시에 시민 간의 소통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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