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의 영구보존 문제가 구체화되면서 ‘동시 해결’ 과제로 추진하는 맑은물 공급 문제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보존 문제는 속도를 내지만 식수 확보는 하세월이라는 이야기다. 반구대암각화는 오는 2025년 7월로 시간표를 맞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절차에 따라 보존절차에 잰걸음이다. 
울산시는 지난 8월, 현재 60m인 사연댐 여수로를 47m로 깎고 그 위에 5.5m 높이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안을 확정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하류 태화강 수위를 조절하는 용역도 진행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울산의 부족한 식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대암댐 퇴적토제거 기본조사 수립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 용역에서는 하류 홍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대암댐 수문설치 여부도 함께 진단한다는 소식이다. 환경부도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의 후속 조치격인 ‘낙동강 안전한 물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이와함께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제반 상황이 해소되면 보존과 맑은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문제는 맑은물 공급 추진의 어려움이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맑은 물 사업은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이나 안동 임하댐 등에서 원수 30만t을 개발해 대구로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대구·경북권 맑은 물 공급 사업'이 이뤄지면, 울산시민의 식수로 운문댐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의 물을 끌어오는 방안은 분명 울산시민에게 긍정적인 안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경북 구미 등 지자체와 주민들은 여전히 주민 재산 피해와 용수 부족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반발 움직임까지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구미지역의 여론에 울산시민의 식수를 내맡기는 식의 맑은물 공급 사업은 지역갈등의 소지까지 있어 문제의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울산시의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싶다.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물문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물문제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연계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울산의 물문제 해결은 언제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울산은 구미든 어디든 연관된 지자체 주민들과 언제든 갈등의 불씨를 가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고리를 끊어내는 다른 시각과 방법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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