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 지산리고분군 일대  
 
   
 
  ▲ 고령 지산리고분군 일대2  
 

비밀의 왕국, 1,500년전 가야가 부활한다



6) 고령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테마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우리나라 사학계에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새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가야문화권 정비’가 채택된 일이다. 신비의 역사, 미완의 역사로 묻혀 있던 가야가 개어나는 순간이었다. 정부의 전격적 조치에 옛 가야문화권에 속한 영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는 하나같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곧바로 가야문화권에 속하는 해당 지자체들은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협의회)를 발족했다.
가야문화권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작업도 활발해졌다. 문화재청은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가야 고분군은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41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의 7개소 고분군이 해당된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절차상 이렁이 늦어지긴 했지만 문화재청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네스코 자문기구 평가를 거쳐 조속한 시일내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가야, 흔히 가야를 두고 김유신과 철의왕국, 김해와 김수로왕을 더올린다.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능, 수로왕 탄생 신화가 스며 있는 구지봉을 연상하는 것이 가야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가야는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가야사를 언급할 때 바질 수 없는 곳이 바로 경북 고령이다. 700년 이상 존재했던 고대왕국 가야는 옛변한 지역에 산재했던 여러 소국의 형태로 발전했다. 그 중심이 바로 지금의 경북 고령 일대를 근거로 했던 대가야였다.


여기서 잠시 가야 이야기를 살펴보자 가야는 김해지방을 중심으로 한 금관가야가 주축이 돼 초기 가야연맹으로 발전했지만 5세기 초반 이후 고구려의 침입으로 타격을 입고 신라에 복속됐다. 그 후 낙동강 서쪽에 있던 여러 형태의 가야는 고령의 대가야를 중심으로 다시 연맹체를 이뤘다. 대가야는 5세기 이후 가야의 맹주가 돼 국제 무대를 누비는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조선총독부 외곽 단체인 조선고적연구회는 고령의 가야고분군을 뒤?다. 지산동고분군 일대다. 일제는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조작의 역사 ‘임나일본부’를 포장하기 위해 고령과 함안 일대의 가야고분을 무차별적으로 파헤쳤다. 무덤에서 황금 장신구와 금동제 화살통 부속구, 용과 봉황 장식이 있는 환두대도(環頭大刀) 등 화려한 유물이 쏟아졌다. 임나일본부의 근거는커녕 화려한 고대사의 비밀이 쏟아지자 일제는 당황했다. 발굴된 유물 가운데 주요 유물은 일본의 빼돌리고 서둘러 무덤을 덮어버렸다. 그 아픈 역사가 수십년 흐른뒤 깨어나기 시작했다. 고대사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가야문화의 핵심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작업의 맏형역할을 하고 있는 고령 대가야 박물관과 일대 유적복원 시설을 찾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정상적인 탐방활동은 어렵지만 여전히 고령은 가야의 흔적을 체험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이다. 바로 그 핵심이 대가야박물관이다.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의 대가야왕릉이 모여 있는 주산 기슭에 자리 잡은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전국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박물관’이다. 대가야박물관은 2000년 9월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고분인 지산동44호분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하여 2005년 4월 개관한 ‘대가야역사관’, 그리고 악성 우륵선생과 가야금을 테마로 2006년 3월 문을 연 ‘우륵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의 역사?문화에 관한 모든 내용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대가야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가야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발로 디딜 수 잇게 만든 콘텐츠의 힘이다. 대가야와 순장문화, 가야금이라는 특별한 역사 문화자원을 테마로 한 역사테마 박물관과 공원이 고령 역사문화관광의 핵심이다. 박물관과 복원된 생활관은 대가야시대의 왕릉 700여기가 주산 능선 위에 밀집 분포한 지산동고분군 내에 위치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대가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은 전시 콘텐츠에 있다. 전시관의 한 가운데에는 지산동 44호 고분이 복원 재현되어 있다. 중앙에는 왕이 묻힌 으뜸돌방이 있고, 그 옆에는 내세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품을 넣어둔 창고인 딸린돌방 2개가 있다. 그리고 으뜸돌방 주변에는 32개가 되는 순장돌덧널이 부채살처럼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대규모의 순장사례는 다른 삼국의 고분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바로 그 현장을 재현해 관람객들에게 1,500년 전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지산동44호분에서는 모두 27명 이상의 인골이 출토되었다. 으뜸돌방에서는 주인공 외에 2명, 2개의 딸린 돌방에서도 각각 1명씩의 인골이 확인되었다. 32개의 순장돌덧널에서는 모두 18개에서 1명 혹은 2명의 인골이 확인되기도 했다. 으뜸돌방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제28호 순장돌덧널은 30대 전반의 남자와 8살 정도의 여자 아이가 함께 순장되어 있는데 아버지와 딸이 함께 순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딸을 품에 안고 대가야 왕의 옆에 순장되어 있는 아버지의 지극한 딸 사랑이 1,500년의 시공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오래된 가야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대가야박물관 정동락 관장은 “선사문화는 상상력과 현장이 연결되어야 효과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대가야역사관은 새단장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새롭게 태어날 예정으로 야외 전시장에는 대가야시대의 집과 다락창고가 복원되어 있고, 철의왕국 대가야의 철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제철로 모형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등 대가야와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고 밝혔다. 선사문화의 복원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울산으로서는 고령의 선사문화 복원 사례가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김진영 편집이사
사진 대가야박물관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