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육 울산시 시민건강국장

‘먹거리’ 태초부터 인류가 생사를 건 문제
울산 먹거리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아
한우·배 등 신토불이 식재료 차고 넘쳐 

 

코로나19는 건강 말고도 많은 행복을 빼앗아 갔다. 그 중에는 여행과 만남이 있고 또 먹는 즐거움이 있다. 활동이 줄어 간혹 비만이 된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분명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접할 기회는 줄었을 것이다. 태초부터 먹거리는 인류가 생사를 건 문제였다. 맛을 돋우는 그릇과 향신료는 전쟁을 불렀다. 즐거운 식사는 국가 행사는 물론 개인 교제에서도 중요한 이슈였다. 한시바삐 마음 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옛 일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며, 먹는 것에 대해 울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더듬어본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선사시대 울산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래와 사슴을 잡았다. 생각건대 그 외에도 산과 들, 바다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과일과 나물, 약초와 해초들이 즐비했을 것이다. 수시로 사냥감을 해체하니 해부학 지식을 쌓았을 것이고, 사냥에 따른 부상자 치료법이 같이 늘어갔을 것이다. 간단한 뇌수술까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이도 있다. 암각화에 나오는 얼굴 그림이 무당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는 종교지도자이자 정치인이고, 과학자이자 의사였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포기하고 농경을 시작하게 된 것을 두고두고 사서 고생을 하게 된 시초라고 풍자했다. 아무튼 울산 선조들도 옥현 유적에 나타나듯이 일년 내내 허리 아프게 농사를 지었다. 대신 목숨을 건 고래와 사슴사냥은 줄어들다가 불교가 숭상되면서부터는 금기시 됐을 것이다. <천전리 암각화>에 가축이 된 개로 추정되는 동물들과 주인 그림이 있는데, 그때부터 고래 대신에 개고기를 먹었을지 모를 일이다.
역사시대 들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지만, 일부 계층에게는 향연의 대상이 됐다. 신라의 경우 왕족이 소풍을 가면서 요리사를 대동했다. <천전리 암각화> 원명과 추명 모두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의 작식인(作食人)이란 표현이 나온다. 문명대 교수는 아버지 갈문왕이 대곡천에 왔을 때에는 ‘거지시혜(居知尸奚)'와 ‘아혜모홍(阿兮牟弘)'이 동반했고, 아들 진흥왕 행차 때에는 ‘아혜모호(阿兮牟呼)', ‘일리등차(一利等次)' 그리고 ‘사효공(沙爻功)'이라는 세 부인이 함께 식사를 맡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요리 실력은 물론 대장금이나 <규합총서>를 남긴 빙허각 이씨처럼 의약 지식이 있었을 수도 있다. 덕분에 남편들은 큰 공적 없이 바위에 기록된 역사책에 떡하니 이름을 남겼다.
조선시대 전후 기록에 따르면 울산에 좋은 식·약재가 많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울산이 왕실에 진상하는 공물과 약재로써 작설차, 미역, 전복, 인삼, 오징어 뼈 등 40여 가지가 나온다. 특히 전복이 유명했는데, 울산아가씨 노랫말에도 “실백(實柏)잣 얹어서 전복쌈일세”라는 구절이 있다. <학성지>에는 웅촌 초천리 회야강가에 있는 초정(椒井)이 나온다. 산초나무 열매 맛이 나며 목욕을 하면 풍이 낫고 마시면 체증이 내려가는 약효가 있어 해방 전후까지 전국적으로 유명했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 울산농수산물품평회에 맞춰 울산군이 발행한 <울산안내>에는 당시 고래 고기 외에 울산 콩, 울산 참외, 울산 천초(우뭇가사리)가 지역 대표 식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 울산의 먹거리는 WHO 건강도시에 걸맞게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팔도를 넘어 세계음식을 즐길 수 있고 이들 간의 퓨전 요리가 다채롭다. 한우와 배, 부추와 미나리, 전복과 돌미역, 가자미와 대게 등 신토불이 식재료는 차고 넘친다. 다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 발길 가는 곳마다 맛집은 넘쳐난다. 모르면 간첩인 지역 유명 비빔밥집은 100년이 다 돼 가고 골목골목 노포들이 즐비하다. 낯설던 비건 전문점과 할랄푸드가 유행한 지 오래다. ‘테이스티울산', ‘울산부심' 등 SNS사이트들이 소개하는 맛집들을 부지런히 돌다 단골이 되고 싶은 가게라도 발견한다면 큰 기쁨이리라. 하지만 건강하게 안전하게 먹자. 다음 단계 일상회복은 오늘 실천하는 자율 방역에 달려 있다.

김상육 울산시 시민건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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