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잎새같은 달력 한장. 회한과도 같은 바람이 분다. 한해의 시간들이 얼어 붙는다. 그레고리력에서 마지막 달. 음력으로는 동지섣달(11월)이다. 한국·중국·일본·미국에서는 겨울을 알리는 달이다. 4계절 중 조명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남반구 나라에선 여름이 시작된다. 
‘마지막 잎새’. 오헨리(1862~1910) 단편소설의 담쟁이덩굴은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견딘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주인공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안겨준 마지막 잎새다.
미국에선 담쟁이덩굴을 보스턴 아이비(Boston ivy)라고 부른다. 미국 동부지역의 8개 명문 사립대를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 부른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 건물 외벽에 아이비와 담쟁이덩굴이 무성했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봄과 여름과 가을의 시간이 하나의 마른 덩굴로 남아서 이제 그 덩굴을 거둬들이는 일만 남아 있을 뿐이다. 빈손에 한줌 씨앗을 쥐게 된 때와 같다. 그리하여 ‘십이월은 생명의 자서전이 완성되는 때’라고 시인은 말했다.
누구에게나 망친 일도 있고 잘된 일도 있게 마련이다. 망쳤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벼랑으로 몰지 말자. 잘 마무리될 것 같다고 해서 게으름을 피우지 말자. 
한해 내내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지낸 답답한 한해였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익명의 시간’을 보냈다. 세월도 마스크에 가려 언뜻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너와 나의 거리두기로 유난히 만나고 이별하는 시간이 길었던 한해였을 것이다. 돌연 더 독한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가 등장해 ‘일상회복 2단계 완화’도 유보됐다. 
하지만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뜻의 라틴어.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이다. 아쉬웠던 올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자. ‘메아 쿨바(Mea Culpa)’. 내 탓이오!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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