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남아공 첫 보고 했지만 발원지 다를 수 있어"
"아프리카 남부선 10월부터 확산" 분석도
북아프리카·유럽 여행자 감염 사례도 나오면서 추적 어려워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언제 어디서 처음 등장했는지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 보고된 지역은 아프리카 남부이고, 세계 각국에서 확인된 최초 감염사례 대다수도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최소 한 달 전부터 퍼지고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른바 '0번 환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생겨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풀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2일 미국 오하이오에서 한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아프리카 남부 유력한데…등장 시점·장소 특정 어려워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세계 각국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 대부분은 아프리카 남부를 경유했거나 모잠비크·말라위·보츠와나·나미비아에서 온 전파자와 관련돼 있었다.

이중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으로 발견된 국가는 보츠와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츠와나 정부는 첫 확진자가 타국에서 온 외교관들이었다면서 자국을 오미크론 변이의 근원지로 간주하는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츠와나에서 검출된 샘플을 분석해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처음 국제사회에 알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신규 감염자의 7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날 정도로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고 있지만 역시 첫 발원지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아프리카 남부 어딘가가 오미크론 변이의 첫 발원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대체로 견해차가 크지 않아 보인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헤드는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아마도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대유행이 발발한 결과일 것"이라면서 "그곳에는 유전자 검사가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았고, 백신 접종률도 낮다"고 밝혔다.

CNN은 유럽에서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90% 이상이 아프리카 남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프리카 남부가 발원지라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존 응켄가송 센터장은 "최초 감염 사례는 보츠와나에서 확인됐고 이후 남아공에서 후속 감염 사례가 파악됐다"면서도 "새로운 계통이나 변이 바이러스가 그곳에서 확인됐다는 사실이 그곳이 발원지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남아공, 나이지리아서 아프리카 외 전파 많아

일부 학자들은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서 이미 10월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감염병 연구자 트레버 베드퍼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츠와나와 남아공에서 확보한 샘플의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 결과에 비춰볼 때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10월 초부터 등장해 퍼지고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감염병연구소인 앤더슨 연구소 소속 연구진 크리스티안 앤더슨도 "넓게 잡아 10월 중순 전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국가 중 상당수가 코로나19의 유전자를 분석할 역량이 충분치 않은데다,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수집된 샘플 중 극히 일부만이 분석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단계에서의 분석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면역 시스템이 손상된 환자의 체내에서 현재의 모습을 갖춘 뒤 퍼지기 시작했을 것이란 정도의 추측만 하고 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된 국가는 모두 34개국이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이외 지역의 국가에서 나온 최초 감염자의 절반 가까이가 남아공을 경유했거나 남아공 국적자다.

이어서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과 프랑스, 홍콩, 캐나다 등이 이런 사례다.

하지만, 나이지리아(2억1천만명)와 남아공(6천만명)이 아프리카의 인구 대국이자 경제 중심지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프리카 이외 지역과의 항공 교통량이 많은 국가 중심으로 전파가 이뤄진 것일 뿐일 가능성도 있다.

◇ 아프리카 무관 사례·지역감염 속출…발원지 추적 갈수록 어려워져

그런 가운데 아프리카 북부 여행자는 물론, 아프리카와 무관한 지역을 다녀온 사람이나, 심지어 출국 기록이 없는 사람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잇따르면서 최초 발원지에 대한 추적은 갈수록 어려워질 모양새다.

실제, 터키를 경유해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벨기에 여성은 귀국 10일 후인 지난달 21일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달 1일 확인된 사우디아라비아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한 뒤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고,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이스라엘 의사는 학술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 같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유럽의 경우 이미 11월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돼 확산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ㆍ환경연구소(RIVM)는 11월 19∼23일 채취된 샘플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영국 스코틀랜드에선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 감염자가 9명이나 무더기로 나와 지역 감염을 의심받고 있고, 미국 하와이와 호주에서도 지역 내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처음 오미크론 변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조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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