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김진영 편집이사

# 첩자준동 무림, 잡배대선판 변질

임인원단(壬寅元旦). 해가 바뀌자 첩자가 준동했다. 전필선용간, 이지적정실(戰必先用間, 以知敵情實). 지리산방 현중거사가 울산합의 직후 예찬신예에 던진 10자의 밀서다. 대립의 판이 깔리면 반드시 첩자가 준동한다. 적의 내부는 첩자로부터 나온다는 경구였다. 원단 아침부터 주월부인의 녹취단자가 터졌다. 신축년 여름, 주월이 색주가 출신이라는 찌라시가 한창일 때 분기탱천한 주월부인이 좌성나발과 나눈 사적대화를 녹취단자에 담은건 첩자였다. 도성 밖 야바위꾼들과 돌림구슬로 영상놀이를 하던 나발의 꾐에 넘어갔다는 주월부인은 항변을 하다 졸도침상에 몸저 누웠다. 영상시청 급상승 호재에 녹취단자를 덥썩물은 무나나발이 휴일밤 확성기로 주월의 음성을 강호에 무작위로 살포했다. 아뿔싸, 내부단속에 열을 올린 우성마방은 비상령을 내리고 무나나발에 몰려갔다. 도읍을 필두로 율법재판소에 녹취단자 유출금지 제소장도 띄웠다. 도읍의 혈서투신에도 율법재판소는 일부금지, 전부살포라는 사실상 묵살수로 응대했다. 좌성판관이 진을 친 율법재판소 아닌가. 재명의 욕설단자에 대못을 친 전례 때문인지 율법재판소는 판결문에 꼬릿말을 달았다. 공인의 밀통과거는 숨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 정법을 적고 다만, 감찰방 수사나 나발 불만 등은 금지한다는 야릇한 단서조항을 흘려놓았다. 휴일 저녁 무나나발의 시청율은 고공행진 했고 밀통단자를 짜깁기한 마술같은 편집에 주석단자를 부추기는 몇몇 나발의 해설잡수가 군침을 돌게했다.

각설하고, 밤이 지나자 강호의 세평이 의외지수로 흘렸다. 전날 무나나발이 터뜨린 마술편집에 “강남좌랑의 결국 좌성합사의 희생양”이라는 주월의 무림평판이 특종으로 돌았다. 무엇보다 “와대외박은 우성마방 고자졸부들이 공모전술로 탄핵책략을 편 것”이라는 녹취 대목은 파장이 컸다. 아뿔싸, 보수석열에 극약처방으로 회자된 주월의 녹취단자가 하락지수를 끊고 반전지세로 가는 해독단자로 변해버릴 기세다. 한성마방에서는 주월부인의 촌철살인을 두고 중권논객(진중권)의 성별전환이라는 이상한 소문도 돌았다. 사연인즉, 주월부인의 시중평이 너덜지수로 저렴평가 된데다 방중술 등 무속나발과 은밀지수를 올린다는 허접수작까지 떠올린 민심이 실제 녹취를 들어보니 무림잡놈들의 농간과 책략을 꿰뚫은 혜안이 대장부감이라는 의외평이 득세였다.

# 녹취단자 살포에 욕설맞불 주문쇄도

주월의 녹취단자가 공개되자 중권논객이 일필휘지로 무나나발을 박살냈다. 녹취단자 살포직후 중권은 상암벌에 대놓고 “무나나발은 이중재명과 혜경궁주의 욕설단자를 보유 중이다. 공정나발을 자처한다면 주월과 함께 욕설단자도 살포하라”고 목청을 돋았다. 동시살포 사유를 묻는 나발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중권논객의 공정비평은 이어졌다. “율법재판의 판결사례도 있지 않나. 무림대권 출사후보는 공인이 아닌가. 대권을 잡으려는 자의 내공지수와 필살기는 당연히 강호민초의 알권리 아닌가”로 맞받았다. 무나나발 돌발 살포에 강호 나발가는 웅성거렸다. 사술로 취득한 녹취단자는 공영나발의 금기사항 아닌가. 와대외박 시절, 희대잡술로 순실잡녀의 요술단자를 빼내 무림농단을 조장한 제티나발에 시기질투 복심을 감췄지만 강호나발 속내는 호시탐탐 영상단자든 녹취단자든 대박 물건을 틀어쥘 기회만 노렸던 게 본심이다. 탄핵시절 이후 이미 강호나발 윤리는 사라졌고 기회만 오면 사술이든 탈취든 강호민초의 관심지수만 올린다면 뭐든 받아 준다는 당근상술이 대세가 됐다. 불법이든 사술이든 관심종자가 되면 나발계의 기린아로 우뚝설 수 있다는 잔두전략이다. 어쩌다 강호 나발의 질서가 신뢰지수와 상관없는 관종지수로 흘렀나 싶지만 이미 강호무림판도 졸렬지수가 대세가 됐다.

# 좌성합사, 무당맞불로 위기타개 하나

이중재명의 낮빛이 변했다. 오래전, 무림에 뛰어들 무사십계를 익히던 시절 재야사부는 변기정득기소용구(變其正得其所用九) 여덟글자로 재명을 단련시켰다. 임기응변이다. 대권을 잡으려면 명분과 의리는 접는게 상책이다. 간계와 실리로 무장한 후흑계술(厚黑誡術)을 익힌 내공 아닌가. 성남마방 난장판을 휩쓸어 평정한 내공은 그저 얻은게 아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재야사부의 죽비는 이중재명의 뿌리 아닌가. 대권은 자고로 얼굴이 두꺼워야 잡을 수 있는 법, 흑기(黑氣)로 마음을 휘몰아 난세에 생존을 도모해야 권좌를 움켜쥘 수 있으리라. 좌성합사 스승인 이달선도의 정통계보가 아니었기에 재야사부의 속수무책을 필살기로 삼은 자가 이중재명이다. 준석의 난과 녹취단자에도 여론지수가 정체에 머물자 재명의 입은 결국 보수석열 무당연계라는 금기술수를 펼쳤다. 주월부인의 녹취단자를 타고 흐르는 무속신공은 재명을 더 자극했다. 죽은 형과 나눈 녹취 단자가 터지자 재명은 급히 비난일성을 쏟아냈다. “무림권좌의 복잡지수를 모르니 점사와 술사를 좌우에 두고 왕(王)자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졸렬무사에 천하강호를 맡길 수 없다” 이중재명이 흔드는 좌성깃발이 원단한풍(元旦寒風)에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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