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입 기자가 검사 시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가 ‘애처가 신랑’이다. 2012~2013년 신혼이던 그가 한손에 어김없이 부인에게 줄 무언가가 담긴 쇼핑백 같은 걸 덜렁덜렁 든 채로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 앞에서 택시를 타고 퇴근하던 모습이다. 서슬 퍼런 중앙지검 특수1부장도 늦게 만난 띠동갑 아내 좋은 걸 못 숨기는구나 싶어, 머쓱해 하는 그를 두고 법조 기자들이 한참을 키득거렸다고 한다. 
지난 10월 방영된 대선 후보 예능(SBS ‘집사부일체’)에서 굳이 배우자 모습을 숨긴 건 그들의 사랑 지수에 영 비례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출연진에게 직접 밥을 해 먹이면서도 식탁에 안주인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대선 레이스가 무르익어가는 시점에 티끌만 한 논란의 여지도 차단하겠다는 캠프 차원의 조치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음 파일’ 내용 일부가 공개되며 파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몇달 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친여 매체인 ‘서울의 소리’ 촬영기사라는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고 ‘누나 동생’하며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견해를 스스럼없이 밝혔다니 어이가 없다. 당시 윤 후보는 정계 입문을 분명히 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언행이 신중했어야 한다. 
“미투는 돈 안챙겨주니까 터지는 것 아니냐”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이재명이 된다고 동생 챙겨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캠프 와서)잘하면 1억도 줄 수 있다”. 앞서 허위 이력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많은이가 의구심을 갖게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퇴임 후 발간된 책 ‘그녀의 협상 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화제가 됐었다. 패션모델 출신의 개념 없는 퍼스트 레이디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차가운 미소 뒤에 숨은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일등 공신’으로 평가됐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그 가족들을 향한 함정은 도처에 널려있다. 도와주는 척하면서 던진 ‘떡밥’에 고스란히 먹히고 말았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