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숍이 즐비한 일본 도쿄 번화가 긴자(銀座)에 어울리지 않는 초저가 매장 ‘스리 코인숍’이 주목을 끌고 있다. ‘100엔짜리 3개’라는 매장 이름처럼 그릇과 옷걸이 등 대부분 상품값이 300엔(약 2,900원) 균일가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円低)’ 시대가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1달러 당 110엔 수준이었지만, 최고 130엔을 돌파하면서 수입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일제히 뛰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엔화의 구매력 하락이 맞물린 탓이다.
일본 서민들과 한국 여행객들이 즐겨 찾은 ‘100엔 회전 초밥’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가 한접시당 1,000원 안팎이라 큰 부담없이 즐기던 외식 메뉴까지 덮쳤다.
일본 회전 초밥 체인 중 점포 수가 가장 많은 ‘스시로’는 1984년 창업 이래 ‘접시당 최저 100엔’ 정책을 38년 동안 유지해왔다.
1900년대에는 ‘전 상품 100엔 균일가’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하며 중저가 회전 초밥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한때 우리나라에까지 회전 초밥이 유행했다. 스시로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에서 ‘100엔 초밥’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스시로는 임차료가 싼 교외 주택가에 매장을 내고, 테이블에 설치한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아 컨베이어 벨트로 음식을 내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여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에 최대한 버텨왔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대도시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참치·연어·새우·고등어·방어 초밥을 접시당 100엔에 판매할 수 있었다.
어획량 감소와 일손 부족으로 국내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엔화 가치가 급락하며 수입 물가까지 치솟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시로’는 오는 10월부터 100엔(소비세 별도)짜리 초밥 판매를 중단한다. 가장 싼 초밥을 110엔으로 10%로 올린다는 것이다. “초밥 맛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격을 유지하기가 더는 어렵다”는 말이 우리 음식점에도 그대로 적용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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