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하청업체 직원 유족·동료 분통
  안전조치 완료 원청 믿고 작업 진행
“1시간도 안돼 사고” 철저수사 촉구
  에쓰오일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 

 

   
 
  ▲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께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우성만 기자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 사고로 인한 화재가 밤샘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20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 직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의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망한 하청업체 직원 유족들은 “원청인 에쓰오일의 안전하다는 지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며 “사고 원인 조사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시운전 중 폭발과 화재로 ‘사상자 10명’···CEO 대국민 사과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께.

사고 당시 주변 건물의 창문과 시설이 파손될 정도로 폭발 충격이 상당했으며, 10km 이상 떨어진 남구와 동구에서도 수십m의 불기둥이 목격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사고는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알킬레이션(휘발유 첨가제) 제조 공정에서 발생했다.

알킬레이션 추출 공정에 사용되는 부탄가스 압축 밸브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오후 8시 57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하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자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해 오후 9시 40분께 관할 소방서와 인접소방서 인력,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소방차 50여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당시 공정에 사용된 부탄이 인화성이 높은 가스인 탓에 진압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밤새 가연성 가스를 빼내고 화염을 냉각시키는 작업을 거친 후 20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5시께 완진할 수 있었다.

이 사고로 30대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직원 5명과 원청 직원 4명 총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사망자는 인명수색 중인 20일 오전 0시 20분께 해당 공정 1층에서 발견됐으며, 사망 원인은 폭발로 인한 질식 또는 소사로 추정된다.

부상자 중 중증화상을 입은 4명은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에쓰오일 직원 14명 하청업체 직원 11명, 경비업체 직원 1명 총 26명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 후세인 알 카타니는 다음날인 20일 오전 11시 울산공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로 사망하신 고인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유가족들께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부상을 당한 작업자들과 사고로 심려를 끼친 주변 지역주민들께도 사죄드린다. 피해 입으신 분들이 최상의 치료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고 성심을 다해 보살피겠다”고 전했다.

이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사고의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난 공정은 하루 9,200배럴의 알킬레이트를 생산하는 곳으로, 총 투자비 1,500억원을 들여 2019년 시설을 완공했다.

#유가족 “안전조치 다했다는 말 믿고 작업.. 억울하게 목숨 잃어”

이번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직원 A(37)씨의 유족과 동료는 “원청인 에쓰오일의 말만 믿고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와 같은 협력업체 직원인 B씨는 “우리는 원청인 에쓰오일이 ‘안전조치를 완료했으니 작업을 시작하라’고 해야 진행할 수 있다”며 “사고 당일 오후 2시께 작업 지시가 내려와 대기하던 중 오후 8시께 에쓰오일 측에서 ‘안전조치를 다했다’고 연락이 와 작업에 들어갔는데 1시간도 안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는 압축밸브 규격이 최대 20인치라고 되어 있는데 폭발사고가 난 곳은 24인치 혹은 그보다 더 커 보였다”며 “크기가 커질수록 작업이 훨씬 더 위험하지만, 에쓰오일 측에서 긴급상황 요청이 왔고 우린 하청이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6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폭발 등의 충격으로 1층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A씨 빈소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원청에서 ‘가스를 다 뺐으니 밸브를 열어’라고 해서 작업자들이 밸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가스가 샜다. 동생은 원청 말만 믿고 작업을 진행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동생이 억울함 없이 편히 갈 수 있게 사고 원인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철저하게 수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법적 문제가 있는 부분은 확실히 책임을 묻도록 최선을 다해서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사망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A씨의 발인을 미룬 상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유족들과 계속해서 소통을 하면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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