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현상’이 만만찮다. 권력에 맞선 이미지, 외모와 말솜씨,  패션 감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검사 시절 그의 이미지는 달랐다. 그의 수사망에 걸린 피의자들은 먼지 털이식 수사에 감옥행을 각오해야 했다. 첫째 혐의가 무죄 나면 별건 수사로 형량을 늘린다고 악명이 높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이미지를 바꾸게 해준 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다. 
한 법무 장관 임명 다음 날인 5월 18일 검찰총장 부재중에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이성윤 고검장과 이정수 심재철 검사장 등 5명이 법무 연수원으로 전보 조치됐다. 모두 추미애 박범계 전 법무 장관 재임 때 잘나갔다. 법무 연수원이 좌천 검사 집합소가 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7월부터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등 사법연수원 19기 검사 6명을 이례적으로 연구위원으로 발령 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 인사의 실무 담당자가 검찰과 검사였던 한동훈 검사였다.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4차례 좌천된 한동훈 장관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자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5월 17일 취임한 한동훈 법무 장관을 일컬어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임명될 만큼,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복심으로 꼽힌다.
강단이나 뚝심, 추진력이나 결단력 같은 덕목은 ‘검사 한동훈’특기일 것이다. 하지만 법무장관은 그런 꼿꼿함만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 소통령이 아니라 소통(疏通)하는 장관이 되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방역 정책을 이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퇴임하면서 ‘덕분에’ 수어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 장관이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정권 비리 등을 수사하자 그를 네 차례나 좌천시켰다. ‘권력에 핍박받은 검사’라는 이미지를 문 정권이 만들어줬다. ‘장관 한동훈’의 성공은 본인의 노력도 컸으나 추미애, 박범계 장관 등 문 정권 주변 사람들 ‘덕분에’라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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