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비상·전기료 인상까지…쪽방촌·노인·장애가정 타격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의 한 입주민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의 한 경로당에 딸린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A(70) 할머니는 성큼 찾아온 폭염 때문에 "여름이 빨리 지나가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뉴스에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여름이면 경로당과 방을 오가며 더위를 식히곤 했는데, 올해엔 경로당에서도 에어컨을 아껴 틀 것 같다"며 "큰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더위 때문에 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21일 일부 지역이 33도까지 올라가는 등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정부에 전기 요금 인상을 요구해 전기료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밥상 물가'까지 연일 고공행진 하면서 취약계층들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조차 위협받는 상황이다.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장애 가정 등 취약 계층 사이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틀기도 겁난다"는 말도 나온다.

일주일에 세 번씩 독거노인들을 찾아 돌보는 주부 김성희(51)씨는 "혼자 사는 노인 중에는 선풍기조차 안 트는 분들이 많다"며 "올여름에는 전기료도 오른다고 해 1천∼2천원이라도 아끼려고 더위를 그냥 참고만 있지는 않을지 속이 탄다"고 했다.

반찬 제공 봉사도 한다는 김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고기 같은 좋은 반찬을 무한정 대기가 부담스럽다"며 "가뜩이나 더위에 지쳐 있을 어르신들이 음식도 잘 챙겨 드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폭염 때마다 큰 타격을 입는 쪽방촌 주민들 역시 전기료 인상 걱정과 물가 폭등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서 장보기가 겁나는데 더위까지 찾아오니 숨이 막힌다"며 "곧 장마가 오면 창문도 못 열고 몇 주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바깥에 나와 더위를 식히던 주민 최모(58)씨는 "추위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더위"라며 "올해도 복지관에서 준 얼음을 먹으며 더위를 버텨야 한다"고 걱정했다.

집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장애 가정도 전기료 부담 때문에 폭염에 대한 걱정이 크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는 김홍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양천지회장은 "장애인이 있는 집은 여름 내내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1만6천원씩 전기료 감면을 받지만,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많아지는 만큼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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