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육 울산 동구청 부구청장

순우리말 ‘고래’ 이름부터 유래 불분명
DNA 분석해보니 ‘하마’와 가장 근접
결국 고래는 발굽 있는 유제류였던 것

 

 고래라는 이 이상한 동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부터 유래가 불분명하다. 과거 기록에는 한자로 '경(鯨)'이 자주 나오는데, 이에 따라 동해를 경해(鯨海)라고도 했다. 
 고래는 순우리말이다. 상어, 붕어, 숭어 등 다른 어류들처럼 한자를 차용한 것이 아니다. 문헌에는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가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데, 블거니 뿜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라는 구절이다. 그 이전 다른 곳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정철과 함께 사람들은 그 존재를 큰 고기(大魚)라고만 하기는 아쉬워서 고래라 했을 것이다. 당시는 동해 바닷가 언덕에서도 눈으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고래가 흔했던 모양이다.
 중국 전설에 용의 아홉 자식 중 셋째로 포뢰(蒲牢)란 존재가 있다. 
 용과 비슷하지만 조금 작고 울기를 좋아해서 고래를 보면 크게 운다는 전설의 동물이다. 사찰에서 범종에 포뢰를 조각하고 당목을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 치는 이면에는 이런 믿음이 있다. 
 그래서 포뢰 앞에 두드릴 고(叩)를 붙여 고뢰(래)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는 자료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 주객이 뒤바뀐 느낌도 있고 자연스럽지 못해 수긍하기가 좀 힘들다.
 그럼 무얼까? 
 우연히 온돌의 구조를 들여다봤다. 아궁이에서 굴뚝까지 연기가 지나가는 구조물을 고래 또는 방고래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등을 대는 구들장 아래 연기가 지나가는 통로구조 말이다. 어찌 보면 아궁이는 고래 입이고, 굴뚝과 연기는 고래가 물을 뿜는 모습과 비슷할 수 있겠다 싶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처럼 고래와 가옥을 연관시키는 말은 더 있다. 지금이야 보일러는 모두 알지만, 방고래라는 단어는 좀체 쓰지 않는다. 옛날에는 흔했다.
 새로운 사물의 이름은 이미 주변에 있는 친근한 존재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돌고래를 바다돼지(海豚)라 하고, 우리도 돼지(돌 또는 돝)고래라고 부른다. 이게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면 방고래는 또 왜 고래라 할까? 물론 이 고래, 저 고래가 모두 무관할 것일 수도 있다.
 고대에는 고래를 물고기로 생각했다. 당연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상하게도 포유류라고 주장하며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분류했는데, 그가 비정상적이었다. 
 이후 근대 생물분류학에서 린네가 고래가 물위에 올라와 호흡을 할 뿐만 아니라 수컷의 생식기가 유난히 크고, 암컷은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것을 보고 확실히 포유류라고 분류를 했다. 
 하지만 다윈조차 고래가 왜 바다로 갔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후 여러 화석 연구를 거쳐 걷는 고래의 정체가 밝혀졌다. 
 한스 테비슨이 2016년 『걷는 고래(The Walking Whale)』에서 발굽에서 지느러미까지, 고래의 진화 800만년의 드라마를 조명했다. 핵심은 고래목에서만 발견되는 새뼈집 안의 고실뼈(귀뼈)가 언제부터 발견되는가에 있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 중 발굽과 고실뼈가 같이 발견되는 동물은 인도히우스가 가장 오래됐고, 이어 파키케투스, 암불로케투스가 뒤를 잇는다고 결론지었다. 
 한참을 진화한 뒤 바실로사우루스, 도루돈 등 고대 고래가 나타났는데, 발 대신 꼬리지느러미를 가지게 됐다 한다. 
 이빨도 진화를 보여준다. 귀신고래를 포함해 수염고래는 씹는 이빨 대신 먹이를 거르는 수염이 있는데, 배아 단계에서는 이빨이 있다고 한다. 
 양서류는 아가미를 떼고 허파를 달았다. 반대로 고래가 언젠가는 알을 낳고 허파 대신 아가미를 선택하지는 않을까? 그러기에 고래는 너무 진화된 생물일까? 
 하기야 이대로라면 기후위기 때문에 그 전에 지구에서 인류가 먼저 증발해 버릴지 모를 일이다.
 하여튼 분자생물학이 발전하고 나서 DNA 검사를 해 보니 고래의 정체가 더 확실해 졌다. 여러 국가의 많은 연구자들이 검사를 한 결과 모두 가장 유전적으로 가까운 동물이 하마임을 밝혔다. 
 고래는 발굽이 있는 유제류(有蹄類)이며, 개수가 짝수인 우제류(偶蹄類)였던 것이다. 중국과 우리는 하마나 돼지같이 생겨서 해돈(海豚)이라 한 것인데 발굽도 하마와 돼지처럼 4개로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고래를 ‘경(鯨)’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발굽 동물에게는 ‘마(馬)’를 부수로 하니, 고래는 '馬京'이라 하는 것이 맞다.
 다른 동물들의 발가락을 세어 보자. 말발굽은 1개, 소는 2개, 코뿔소는 3개이다. 호랑이는 이상하게도 앞발가락이 5개, 뒷발가락은 4개다. 곰은 사람처럼 앞뒤 모두 5개다. 
 우리 조상들이 시조 단군의 어머니를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라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발가락이 닮았다.

김상육 울산 동구청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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