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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에어컨 켜는 것도 눈치"...지금 경비실 온도는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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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집 기자
  • 승인 2022.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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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전기료 등 아파트 입주민 눈치 보여
에어컨 설치는 커녕 있어도 못 틀어

폭염 속 순찰 등 작업끝나면 땀범벅
경비원 대부분 고령 온열 질환 우려

시, ‘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 불구
냉난방 설비 내용없어 적용엔 의문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 하나만 달려 있는 경비실. 경비원은 32℃가 넘는 실내 온도에 오히려 밖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경비실 내 이동형 에어컨이 있지만 경비원 조모(75)씨는 문을 활짝 열고 자연바람과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쫓아내고 있었다.
 

"입주민이 '갑'이라면 경비원은 '을'도 아닌 '병'쯤 안 되겠나."


지난 6일 울산 중구 태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김모(71)씨는 멀쩡한 경비실을 나두고 사무실 밖 그늘에서 연실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쫓아내고 있었다. 오전 순찰과 분리수거 작업을 마친 그의 전신은 마치 땀으로 목욕한 듯 보였다.

이날 울산은 사흘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면서 낮 최고기온이 약 35℃까지 올라갔다. 그가 안내해준 3평 남짓한 경비실엔 낡은 선풍기 한 대가 '탈탈탈' 소리를 내며 연신 뜨거운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나이 71세,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이다. 김씨는 "작년에 에어컨 설치 제안도 해봤는데 전기요금 문제로 흐지부지됐다"며 "오후로 넘어가면서 선풍기에서 뜨거운 바람만 불었다. 사우나를 방불케하는 경비실 보단 차라리 그늘 밑이 낫다"고 토로했다.

 

 

# 중.남구 아파트 15% ‘에어컨 없는 경비실’
취재진이 울산 중구와 남구에 분포된 공동주택 20곳을 조사한 결과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는 경비실은 3곳에 달했다.


해당 경비실 3곳 모두 실내 온도가 30℃에 육박하고 있었으며, 경비원들은 선풍기와 부채 등으로 겨우 더위 쫓아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개정한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서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ㆍ난방 시설을 갖출 것'을 규정하며 여름철 실내 온도를 20~28℃로 명시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현장 경비원들은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에어컨 이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전기요금으로, 해당 요금이 곧 입주자들의 부담인 만큼 사용에도 제약이 많다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에어컨이 설치돼 있더라도 경비원들의 여름나기가 고된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는 각 경비실마다 에어컨을 설치한데 이어 에어컨 전용 계량기를 추가로 설치해 일일이 감시하면서 주민과 경비원 간 갈등이 일이는 등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남구의 1,000세대 규모의 한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 박모(68)씨는 "30분이라도 자리를 비운 채 에어컨을 켜놨다 싶으면 바로 민원이 들어오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전기요금이라 해봤자 한달에 평균 4~5만원 나오는 게 전부인데, 주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조성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용불안에 근무환경 개선 못 꺼내"
만약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반대한다면 이것도 '괴롭힘'에 해당할까.


울산시는 지난해 2월 '경비원 괴롭힘 금지'를 의무화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도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에어컨 등 냉·난방설비 운영에 대한 내용이 없어 적용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현행 준칙 상 갑질 사례 발생 시 입주자의 권익단체인 입주자대표회의에 1차적으로 신고하도록 적시하고 있어 실효성 의문이 불거진 바 있다.

울산 지자체 중에서는 중구가 유일하게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경비원의 근무특성을 고려한 기본시설로 냉·난방설비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에어컨 의무설치 조항은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공동주택 경비원 조모(75)씨는 "고용환경 상 경비업은 입주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입주자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주민이 '갑'이라면 경비원은 '을'도 아니고 '병'쯤 될란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지자체가 에어컨 설치와 그 후 제대로 사용이 되는지 등 지속적인 현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에어컨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에 꺼내지 못하는 여러 근무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써줬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대전 대덕구에서는 냉·난방을 비롯해 경비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전국 최초로 경비노동자 관련 주민발안 청구를 냈다. 기존 '대덕구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에어컨 의무설치 조항과 '경비원'이라는 명칭을 '경비노동자'로 바꾸는 등 7개 조항을 이뤄졌다. 현태봉 대전경비관리노동조합 사무장은 "경비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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