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90일 넘게 공석인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달 중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3명가량으로 압축된다.

'정권 2인자'로 인식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 정권 초 주요 수사를 힘 있게 끌고 나갈 리더십 등 여러 요인을 두루 고려해 최종 후보자가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6일 오후 2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추천위)를 연다. 한 장관이 국민 천거로 올라온 후보자들을 포함해 검찰총장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심사 대상자로 올리면 추천위가 심사해서 3∼4명으로 압축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현직 검사 가운데는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과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노정연(25기) 부산고검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은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물망에 오른다.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에서 지난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우선 '화력'이 좋은 특수통 검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검사 시절부터 대검 중수부 등 특별수사의 최일선에 배치돼 두각을 나타냈고,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을 맡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1996년 임관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 대변인, 법무부 기조실장, 대구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서는 검찰 내 반대 여론을 앞장서서 대변했다.

'비윤(非尹)'으로 불리지만 검찰 후배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조직 관리에 적합하고, 총장에 낙점될 경우 검찰 인사가 '윤석열 라인 일색'이라는 비판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후곤 서울고검장

김후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후보군 중 사실상 가장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윤 대통령의 신뢰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윤석열 정부 5년 안에 한 번은 이 차장을 검찰총장에 앉힐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검찰총장 직무대리로서 안정적으로 검찰을 이끌면서 다시 '일하는 검찰'을 만들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차장이 총장 대리로서 한 장관과 검찰 인사를 상의했고,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수사 지휘도 하는 만큼 그가 총장직을 이어받는다면 '식물 총장' 우려도 불식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연수원 27기인 이 차장이 총장이 되면 조직 전체가 연소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차장과 함께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대전고검장과 사상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노정연 부산고검장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두봉 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와 특별수사팀 등에서 윤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맡은 시기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대전지검장 시절에는 월성 1호기 원전 의혹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첫 여성 고검장이 된 노정연 고검장은 법무부 여성아동과장과 인권구조과장 등을 거쳐 대검 공판송무부장,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창원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평검사 시절 SBS '솔로몬의 선택'(2005년)에 고정 패널로 나온 것으로도 유명하고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는 윤 대통령과 카풀을 하는 등 인연도 깊다.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에서 퇴직한 이들 가운데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구본선(23기) 전 광주고검장과 배성범(23기)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된다. 이들보다 한 기수 낮은 차맹기(24기)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도 최근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구 전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요직으로 불리는 대검 대변인을 2년 넘게 맡기도 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차장검사로 그를 보좌했다.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은 윤 대통령보다 대학 1년 후배로 오랜 인연을 이어 왔다. 윤 대통령의 후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을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가 2020년 추미애 전 장관 때 수사 일선에서 밀려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의혹 특검(2008년)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차맹기 전 고양지청장은 부산지검 특수부장과 수원지검 1차장검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추천위가 16일 회의에서 이들 가운데 3명 이상을 추천하면 한 장관은 그중 1명을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내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한다.

차기 검찰총장은 이런 절차를 모두 거친 뒤 일러야 내달 중순께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자인 김오수 전 총장 때도 추천위에서 후보군을 압축한 이후 약 한 달 뒤에 취임했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지난 5월 7일 김오수 전 총장의 퇴직 후 넉 달째 이어지는 검찰 수장 공백 사태가 종결된다.

xing@yna.co.kr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