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승객 명백히 없을시가능 지침 불구
배차 간격 · 운행 시간 촉박 등 이유
사람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다반사
울산시, ‘승차벨 서비스’ 도입 검토
 

울산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열심히 손 흔들며 뛰었지만 눈 앞에서 시내버스가 확 지나가는데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지하철이 없는 울산에서 유일하게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시내버스가 상습적인 '무정차' 문제로 승객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되는 무더운 날씨에, 타야 할 시내버스를 놓치게 되면 시민들은 짜증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는 수준이다. 울산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객과 버스 기사 간 소통을 위한 '승차벨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울산 시내버스 민원 3건 중 1건꼴 ‘무정차’

11일 오후 1시께 찾은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버스정류장.

기자가 10분 정도 서 있는 사이 총 5대의 시내버스가 지나쳤는데, 정류장 내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운데 2대는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다.

삼산동의 또 다른 버스정류장에서는 시내버스 여러 대가 동시에 도착하자 길게 꼬리물기가 이어졌는데, 뒤쪽에 있던 시내버스 한대가 승객을 하차한 후 천천히 옆 차선으로 이동한 뒤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

울산시에서 지난 2020년 6월 제정한 '정류소 내 노선버스 정차 및 승객 승하차 지침'에 따르면 △정류소 안쪽 및 인근에 사람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무정차 가능하지만 △정류소 안쪽 및 인근에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승차한다는 의사 표시가 없어도 정차해야 한다.

2개 이상의 정차면이 있는 정류소일 경우에는 △반드시 정차 차로에 (순차적으로) 진입해 정차해야 하며 △두 번째 이상의 정차면에 정차한 때에는 반드시 첫 번째 정차면 또는 진행방향에 가까운 표지판, 쉘터의 앞에 정차에도 추가로 정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앞서 목격한 두 사례 모두 '무정차'인 셈인데,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승객이다.

#시, 무정차 확인땐 보조금 삭감·운행정지 등 강력 조치

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35)씨는 "출근 길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는데 무정차 문제로 스트레스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버스정류장에 다 와서 뒤를 돌아 보니 타려고 하는 버스가 오더라. 열심히 손 흔들며 뛰었지만 눈 앞에서 휙 지나가는데 그때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며 "버스 한 대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각을 할 것 같아 결국 택시를 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무정차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로는 정류장에서 출발 시 운전자가 좌측 도로 상황을 보는 동안 우측 대기 승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앞뒤 배차 간격, 운행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통과하는 경우다.

울산시는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정차 관행 근절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정차 민원이 들어오면 접수 후 차량 운행일지를 살펴보고, 해당 업체에 연락해 당시 승무원에게 경위서를 받는다.

이후 CCTV 등으로 무정차가 확인되면 시정 경고를 하게 되는데 이때 시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건당 3만원씩 삭감한다.

또 해당 업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많게는 5일까지 승무원이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무정차 민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불편민원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2018년 795건 △2019년 962건 △ 2020년 1,312건 △2021년 1,278건 △2022년 6월 기준 66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무정차 관련 민원은 △2018년 341건 △2019년 389건 △2020년 479건 △2021년 △366건 △2022년 6월 기준 203건으로 올해는 반년 만에 지난해의 55% 수준을 기록했다.

#‘승차벨 서비스’, 행안위 사전 심의 통과 관건

이에 울산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승차벨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서비스는 승객이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통해 탑승희망 노선을 검색한 후 '승차벨'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버스 운전자에게 승객이 기다리고 있음을 미리 알려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어플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내버스 어플을 사용하는데, 이 같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보법, 행정안전부 지침 등에 따라 행안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나 네이버 등에서 시내버스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행안부에서 지자체 자체 버스 어플을 없애라고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승차벨 서비스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울산 시내버스 어플 사용량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0만회까지 나오는 만큼 잘 준비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행안부 사전 심의를 받겠다"고 말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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