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태화강 국가정원 산책로 옆 강변에 환삼덩굴 등 생태계교란종이 뒤덮여 갈대와 물억새가 자리를 잃었다.

긴급진단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 내 콘텐츠들이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데다 일부 테마지역의 경우 생태교란종이 상당부분 녹지를 점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굴뚝도시 이미지로 가득한 산업수도 울산의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고 살기좋은 도시를 알리는 대표적인 생태관광 콘텐츠다. 지역 주민들에게 힐링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연간 110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나비생태원의 기주식물이 없어지고, 강변 일대에 생태계 교란종이 뒤덮이는 등 국가정원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국가정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본지 취재팀이 찾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나비생태원. 이곳은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태화지구 방면에 조성한 6,018㎡ 크기의 정원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꼬리명주나비 등의 서식환경을 만들어 2011년에 울산시에 기부됐다.
그런데 최근 나비생태원에서 꼬리명주나비의 기주식물(곤충이나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인 쥐방울덩굴, 호랑나비의 기주식물인 산초·초피나무, 청띠제비나비의 기주식물인 후박나무 등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도라지, 작약 등 초화 등이 자리를 잡았다. 미관이 좋은 초화들이 심어지긴 했지만 '나비생태원'이라는 테마에 맞지 않은 행태다.
숲속정원도 이전보다 산책로를 따라 심어진 나무들이 휑했다.
이곳은 삼호지구 방면에 있어 태화강 국가정원임에도 상대적으로 인적이 많지는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대나무 숲을 지나면 펼쳐지는 느티나무 숲 정원이 일품이어서 벤치에 앉아 쉬어가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전에는 나무 그늘이 지면서 햇빛을 받지 못해 잡초가 자라지 땅에 잡초들이 듬성듬성 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 방문객은 "이전에 왔을 때 나무가 훨씬 많았던 거 같은데, 중간중간 잘라져 나간 모습도 보인다"며 "꽃도 심고, 전등도 설치해 이쁘게 꾸민 건 알겠는데, 이전 분위기가 더 좋았던거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숲속 정원 산책로를 걸어서 강변으로 나오면 태화강변의 명물인 갈대와 물억새는 보이지 않고 초록의 식물이 우거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생태교란종인 환삼덩굴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단풍잎돼지풀도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환삼덩굴은 덩굴식물 중에서는 잔 가시가 유별나게 발달해서 맨손은 커녕 장갑 낀 손으로도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낫이나 예초기를 동원해도 낫이 빠르게 무뎌지고 예초기도 쉽게 엉킨다. 네발나비 유충 등 몇몇 곤충을 제외하면 천적도 없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9년부터 생태계교란 생물으로 지정됐다.
또 강가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붉은귀거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국내 2호 국가정원이 생태계 교란종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국가정원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나비생태원은 기부채납을 받은 뒤 꼬리명주나비 번식이 순탄치 않아 2018년도에 쥐방울덩굴을 추가로 식재하는 등 관리에 나섰지만, 국가정원을 찾는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면서 생육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또 나비생태원이 위치한 곳이 햇살이 좋아서 상대적으로 음지에서 잘 자라는 기주식물들의 서식이 쉽지않아, 생육환경에 맞는 도라지나, 작약 등을 심어 나비 이외에 다른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셩했다. 다만 나비생태원이라는 테마에는 맞지 않게 된 상황이라 테마 변경에 대해서는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생태계교란종에 대해서는 "매년 4월부터 9월말까지 예산 8,000만원을 투입해 뽑은 기간제 근로자 28명이 유해식물 퇴치작업을 벌인다"며 "7~8월은 날씨가 무더워서 작업을 쉬었는데, 이 기간 비가 내리면서 갑자기 환삼덩굴 등이 우거졌다. 9월에 다시 뿌리채 뽑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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