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비행기 문짝이 날아간다면 사람들은 빨대에 빨리듯 비행기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객기는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상과 꼭 같은 기압을 유지토록 돼있다. 따라서 비행기 밖보다 기압이 엄청나게 높은 안에서는 아무리 장사라도 문을 열 수 없다.
 2010년 11월 1일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 계통을 앞두고 부산과 울산에서는 이른바 ‘서울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로 희비가 엇갈렸다. 부산은 관광·유통 분야에서 유리하고 의료·문화 분야는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울산에서는 의료·유통 분야가 걱정되고 관광과 경제교류에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당시 울산의 경우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대구로 흡수되는 삼중의 빨대효과가 우려됐다. 이같은 ‘빨대현상’은 당시 개통 46주년을 맞은 일본 고속철도 신간선(新幹線)에서도 ‘도쿄 빨대효과’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 지방 도시는 특유의 저력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극복했다.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에 대응해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출범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 운영이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 업무가 시작돼야 하지만 광역 지자체 간 이견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처럼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이 주춤거리는 근본 원인은 울산과 경남의 ‘부산 빨대효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특별연합은 수도권에 대응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만큼 가덕도신공항, 진해 신항만처럼 울산에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론’을 들고나와 주목된다.
 김 시장은 대신 ‘해오름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 ‘해오름동맹’은 울산·경주·포항 등 이른바 신라 문화권의 공동 발전을 위해 지난 2016년에 맺은 행정협의체다. 해오름동맹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공동 관심사가 많아 울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울산광역시 승격 전 울산시와 포항시를 연계한 첨단연구단지 조성과 「경상동도(慶尙東道)산업특별지구」 지정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경상동도’ 구상은 환태평양 거점도시로 웅비할 꿈을 불태우던 울산의 야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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