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영화연구가

삶의 우여곡절 그린 작품들 소개
영화 ‘담보’ ‘머니백’ ‘여자들’ 등 
인연 이끄는대로 나아가는것 ‘삶’

 

 드디어 여름 방학을 마친 복지관이 문을 열었다. 개강일을 맞아 몇주 만에 얼굴을 마주할 수강생들을 떠올리며 설레는 가슴 안고 또각또각 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 달리 눈앞을 가로막는 복병이 있다. 이는 바로 국지성 호우이다. '때마침 강의장으로 향하는 시각에 이게 뭐람 …' 자동차 안에서 구시렁구시렁 혼잣말로 두려운 마음을 달래 본다. 
 길 위를 달리기는커녕 물 폭탄 세례에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세상을 헤치며 유영하듯 살살 나아간다. 그리하여 얼마 후 강의장 옆 주차장에 다다르는데 슬슬 걱정이 차오른다. '혹시라도  수강생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빈 강의장을 홀로 들어서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는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파도 같은 나 홀로 시나리오이다. 강의장 입구에서부터 이야기꽃이 솔솔 향기를 뿜으며 반긴다. 역시나 일등 제자인 수강생들은 믿음직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되레 강사인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이번 학기엔 수강생이 두 명이나 늘었다. 일찌감치 국문학 공부에 발을 담근 선배들 곁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수줍은 신입생들. 이럴 때 보면 인생의 그림은 아이나 어른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 배움의 열정으로 찾은 강의장에서 연신 반짝이는 눈빛이 이를 증명해 보인다. 아울러 강사인 나는 언제나처럼 순간의 만남을 귀한 인연의 끈으로 갈무리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인연이 이끄는 삶의 우여곡절에 대해 그린 영화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강대규 감독의 《담보: Pawn》(2020·한국)로 각본에는 손주연이 참여했다. 출연 배우는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김윤진, 나문희, 김재화, 유태오 등이 함께한 드라마이다. 영화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담보로 맡겨진 소녀와 남자의 우여곡절 일상'을 보여 준다. 이는 긴 세월을 거스르며 끈끈한 인연으로 거듭난다. 어느덧 담보인 소녀는 사채업자인 남자의 애정 어린 돌봄을 받으며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남자에겐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사건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건강마저 잃게 된다. 이후 세월이 흘러 담보였던 소녀는 사채업자였던 그를 찾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 같은 존재로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허준형 감독/각본의 《머니백: Snatch Up》(2016·한국)으로 출연 배우는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등이 함께한 액션/드라마이다. 영화는 '돈가방을 든 7명의 거침없는 추격전'을 보여 준다. 이는 반드시 돈가방이 필요한 7명의 꼬이고 엮인 이야기로써 돈은 우여곡절 끝에 킬러에게 배달이 되지만 택배기사의 실수로 배달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리하여 돈가방을 향한 뺏고, 달리고, 쫓기는 머니백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이는 자본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우리네 삶의 현실을 마주하는 것만 같아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돈가방을 향한 인연의 끈으로 단단히 무장하며 치열하게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상덕 감독/각본의 《여자들: Write or Dance》(2016·한국)로 출연 배우는 최시형, 전여빈, 채서진, 요조, 유이든, 전소니 등이 함께한 드라마이다. 영화는 '어떤 계절, 어느 날, 특별히 마주친 인연'에 대한 이야기로 썸데이 옴니버스이다. 작가 시형을 향한 여자들의 찾고 기다리다 만난 아주 근사한(?) 우연을 보여 준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여자들과 남자의 인연의 끈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작가인 남자를 향한 여자들이 각각 달리하는 설렘을 간직하고 더 나아가 이를 드러내는 모습에서 청춘의 열정과 그 인연의 끈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풋풋한 설렘의 감정 또한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아무나 표현할 수 없다는 데서 소외된 청춘들의 고독을 발견하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영화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연의 끈으로 나아가는 것이 곧 삶"이라 할 것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청년이 돈을 쫓으며, 이성의 감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인연의 또 다른 의미를 찾고자 한다. 혹자는 인연에 대해서 우연이 겹쳐질 때라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조금 달리 생각한다. 인연 또한 스스로 마음을 쓰고 정성스런 몸짓을 아까지 않을 때 비로소 맞을 수 있으리라. 굳이 특별하거나 남다르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은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인연의 터가 아닐까. 이제 그 인연의 끈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레 나아가는 것이 곧 진정한 삶이라 할 것이다.

김정수 영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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