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콧등을 스치면 그 바람을 따라 은은하게 묻어오는 향기에 절로 행복해지는 계절이다.

짙어가는 하늘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이 계절은 '가을 탄다'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시기이다.

가을을 나타내는 수식어들을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를 많이 떠올릴 테다. 아마도 선선한 날씨와 함께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을 배경으로 한 명화에서도 유독 책을 읽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다양한 모습으로 담은 그림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화가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외 여러 화가들도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찰스 에드워드 페루 지니 (Charles Edward Perugini)화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찰스 에드워드 페루 지니는 낭만주의와 빅토리아 시대의 이탈리아 출신 영국 화가이다. 그가 그린 1870년도 作 <책 읽는 여인> 작품을 보면 붉은색 단풍나무 그늘 아래 풀밭에 누워 책을 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그녀가 입은 푸른색의 드레스와 붉은 단풍의 조화는 깊어가는 가을의 색감을 느낄 수 있고, 우아하게 손에든 책과 평온해 보이는 얼굴은 고즈넉한 가을과 무척 닮아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온화하고 편안해지는 마음과 함께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단풍, 사각사각 책장을 넘기는 가을 소리가 고요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작품의 주인공처럼 온몸으로 계절을 느끼며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즐겨 본적이 언제였던가? 부러움 마저 느끼게 만드는 이 작품을 대하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깊어가는 가을 향기에 한껏 취해보고 싶다.

높아가는 하늘만큼이나 사색도 깊어 져가는 시월의 가을, 온몸으로 이 계절을 느끼면서 마음을 울리는 책이나 그림과 함께 가을의 감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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