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시장, 취임 100일 맞아 일성]
'宋의 사람들' 겨냥 "시정 추진 발목" 돌직구
내년초 조직개편 앞두고 "사무관 직렬 타파"
울산과학대 4년제 종합대 승격 검토 언급도

 

"대통령만 바뀌었지 정권은 교체되지 않은 분위기다. 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인데, 울산 공공기관장들은 이제라도 '자발적인 결심'을 해주길 바란다."

"내년부터 사무관 이상 인사시 행정·기술 직렬을 타파해 '무한 경쟁'하는 공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환경직 9급 공무원이라고 해서 퇴직할 때까지 환경직렬에서 일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거다."

"능력이 있다면 엽관제(정치적 지지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공무원으로 임용)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7일 창의적 행정에 방점이 찍힌 위의 폭탄급 소신 발언을 쏟아내면서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송철호 전임 시장이 임명한 공공기관장 13명에게 '대의를 위해 자진 사퇴해달라'는 돌직구를 직접 던진데다, 내년 1월 '김두겸표' 대대적 조직개편이 임박한 상황에서 계장인 5급 사무관 이상 기술직 공무원들에게 행정직과 자리 경쟁을 시킬거라고 사전 예고하자 시청 공무원들은 김 시장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 능력 갖췄다면 '엽관제' 인사도 나쁘지 않아
김 시장은 전날 '시민과의 대화'에 이어 이날은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출입기자들과도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핵심 키워드는 △공공기관장 자진 사퇴 △조직개편·인사방침 △울산과학대 종합대학 승격 검토 등으로 압축됐다.

본지 기자는 첫 질문으로 '울산시 산하 13개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 방향'을 물었는데 김 시장은 "중앙부처 블랙리스트 사건만 없었으면 문제될 게 없는데 아주 곤란하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 정부가 꽂아 둔 인사들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명분 삼아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정권은 교체된 게 아니다"며 "대통령도 애로사항이 많겠지만 사정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취임 후 지금까진 민선 7기 체제에서 추진한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이나 중단 여부를 결정하느라 정작 제가 하고자 한 업무는 제대로 손도 대지 못했다"며 "내년부터는 민선 8기 공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데 그러자면 받쳐줘야 할 뿌리가 있어야 한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자발적으로 결심(사퇴)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이 공무원 임용과정에서 도입한 '엽관제(spoils system)'를 언급했다. 이 제도는 보답 차원에서 정치적 지지자를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건데, 미국은 1883년 펜들턴법이 통과하기 전까지 연방정부가 거의 엽관제로 돌아갔다. 

실제 김 시장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전제 아래 엽관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체장과 결(정치철학이)이 같은 인사가 함께 행정을 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 10월 내 '김두겸표' 파격 조직개편안 발표
김 시장은 '받쳐줘야 할 뿌리란 조직을 의미할텐데, 내년 1월 조직개편의 방향은 정해졌나'라는 본지 기자의 추가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 '김두겸표' 인사 방침을 미리 언질했다. 

그는 "지휘를 잘 하면 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선 이길 수 있다. 민선 8기가 승리하려면 효율적인 조직운영과 업무 책임감 고양, 창의적인 행정을 유도할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면서 "내년 첫 정기인사부터는 사무관 이상 공무원을 무한경쟁을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말인 즉 '나는 환경직이니 퇴직할 때까지 환경직렬에서 일한다'라는 공식은 민선 8기에선 통하지 않을 거라는 뜻인데 실제 김 시장은 "기술직도 행정직과의 무한경쟁을 해야 문제를 방지하고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다"며 "직렬을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 공무원들은 내년 1월 조직개편의 파급력이 어느정도일지를 두고 진위를 파악하느라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 지난 7월 '관행 깬' 국장급 인사서 파격 첫 선봬

아직 전체 윤곽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본지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내년 1월 조직개편(안)의 퍼즐을 맞춰보면 주요 내용은 이렇다.

△민선 8기 시장직 인수위 때부터 거론돼 온 인·허가 전담부서를 조직하고 △미래신산업 등 경제·산업분야의 중복된 업무를 조정하며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물 확보를 총괄할 물문제정책과 신설 등을 검토 중인데 빠르면 10월 안에 구상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김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소규모로 단행한 3급 이상 고위급 인사에서 관행을 깬 소신 인사로 공직사회에 '김두겸식 파격'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토목직 고시 출신인 김동훈 교통건설국장(3급)을 행정직렬인 정책기획관으로 전보한 건 가장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 정책기획관은 3·4급 복수직급이 가능해 3급 초임 국장 또는 3급 승진을 앞둔 4급 서기관을 발령하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는데, 고참 국장을 정책기획관 자리에 보내는 파격을 단행했다.  

토목직 고참 국장의 정책기획관 전보도 파격이었지만, 사실상 기술직렬인 도시공간개발국장을 신설하면서 7급 행정직 출신인 최평환 정책기획관을 국장으로 발탁한 것도 역대급 파격으로 회자된다. 당시 최 기획관은 3급(부이사관) 승진 6개월차 신참 국장이었는데,  민선 8기 주요 공약인 그린벨트 해제와 지역균형개발 업무를 다루는 '요직'에 앉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김 시장은 또다른 신설조직인 건설주택국의 업무 특성상 토목직렬에 배분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행정고시 출신인 전경술 미래성장기반국장을 전보해 유일한 기술직 3급 자리도 없앴다.   

그러니까 '한다면 한다'는 김 시장의 스타일로 미뤄볼 때 "사무관 이상 인사시 기존의 직렬관행을 깨겠다"는 이번 폭탄 발언은 내년 1월부터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100%라고 공직사회는 이미 받아들이는 분위기란 뜻이다. 

 

# 울산과학대 4년제 종합대로 승격?
김 시장은 '국립대 유치 공약은 어떻게 실현할 계획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하지 않고, 2년제 전문대인 울산과학대의 종합대 승격 검토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울산과학대에 연극영화과 등 전공과를 추가 설치해 종합대학 승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울산과학대와 학교재단 등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학교재단이 지금 종합대 승격을 위한 학과설립 등에 재정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울산과학대는 기능인을 배출하는 게 설립 취지인데 종합대로 전환하면 설립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전국 과학대 중에서 'SKY'대학으로 통하는 울산과학대를 4년제로 바꾸면 그저그런 '지잡대'가 되지 않겠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시장은 또 "국립대 신설은 어려울테고, 국립대 분원을 유치해 특정과라도 울산에 유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는 답도 했다.

 

# 기업에 부지 제공해 투자유치...특혜 시비는 감수
이밖에도 김 시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기업에 공장부지를 제공하면 특혜 아니냐'는 언론의 질문에 "특혜 시비를 겪는 일이 있어도 기업투자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진행하겠다"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상대로 떡(혜택)은 주지 않으면서, 투자유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개인이 사익을 취하는 게 아닌 이상 기업이 확실히 투자하겠다면 혜택도 확실히 줄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한 기업의 투자유치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울경 단체장은 오는 12일 부산에서 회동을 갖고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부울경 특별연합) 문제를 논의한다. 김 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