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시인 '육필의 향기'] (273)강영환 시인 '남해'

2022-10-20     고은정 기자
남해



빛이 온다 처절한 빛

바람을 무등 태우고

한 목숨 궁글리어 파도로

부서져 온다

청동의 낯빛을 들어

불타서 사라진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 시조 당선작 중 일부





(273)강영환 시인 육필 원고

●세상을 시로 진단하는 시명의(詩名醫) 강영환. 그래서 그는 청진기 대신 혜안의 돋보기로 세상의 면면을 굽어 살핀다. 오래도록 그는 부산의 산복도로 판자촌에 몸 섞어 살며 누구보다 서민들의 애환을 어루만졌다. 이런 그의 시업은 지리산 자락에 어깨를 맞댄 고향 산청의 꼿꼿한 기운이 그대로 몸에 밴 탓일 거라는 짐작이 간다. 여기 소개하는 시조 「남해」도 어느 누군들 흉내 내지 못한 힘이 넘치는 현대시조의 과제를 제시한 수작이다. 독보적 쟁쟁한 울림의 소유자인 그는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기에 무척 믿음이 가는 시인이다.



●시인 강영환(姜永奐·1951년~ ). 경남 산청 출생.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詩 「공중의 꽃」 당선. 『현대문학』 詩 천료. 시집으로 『칼잠』, 『산복도로』 외 수심 여권. 시조집 『북창을 열고』 외 다수. (사)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 초대회장 역임. 이주홍문학상, 부산작가상 외.